‘샤이 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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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여론조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갤럽 여론조사’로 유명한 조지 갤럽(1901~1984)이다. 그가 명성을 얻게 된 것은 1936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승리를 예측하면서이다. 당시는 공화당의 후보가 이긴다는 여론조사가 대세였다. 갤럽의 예측대로 루스벨트가 재선에 성공하자, 그는 여론조사의 혁명을 이끈 영웅으로 떠오르면서 승승장구했다.

물론 실패도 있었다. 1948년 대선에서 해리 트루먼의 승리를 점치지 못해 조롱거리가 됐다. 하지만 그 이후 1980년대까지 11차례 대통령 선거 결과를 정확히 예측했다.

그의 여론조사 적중에는 유권자들의 솔직함이 크게 기여했다. 여론조사를 할 때마다 그들은 “내 생각을 묻는다고, 내 생각이 중요하다고, 지금까지는 그 누구도 내 생각을 물어본 적이 없었는데…”라며 호의적으로 물음에 답했다.

▲지금 미국의 여론조사는 ‘파이브서티에잇(538)닷컴’을 운영하는 네이트 실버가 대표적이다. 여기서 538은 미국 대선 선거인단 수를 의미한다. 그는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의 승리를 적중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초박빙의 승부를 펼친 인디애나주에서만 빗나갔다. 같은 해 열린 상원의원 선거에선 35개 주 모두를 완벽하게 맞췄다. 2012년 대선에선 모든 주에서 오바마의 재선 승리를 적중했다. 이 같은 적중에는 1952년 이후 대선 결과를 총망라한 빅데이터를 토대로 한 분석 방법이 주효했다.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와 트럼프 대결 때 그는 힐러리의 압승을 예측했으나 결과는 트럼프의 승리였다.

이때 나온 말이 ‘샤이(Shy) 트럼프’ 다. 자기 생각을 감춘 ‘숨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많았다. 앞서 갤럽의 전성시대를 열어준 솔직한 유권자들과는 너무도 달랐다.

당시 ‘구글 트렌드’만이 유권자의 검색 동향을 통해 유일하게 트럼프의 승리를 점쳤다. 숨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속내를 밝히지 않았지만, 혼자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의 공약 등을 알아봤던 것을 주목했다.

▲내일(9일)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가 펼쳐진다. 대선 후보나 정당으로선 하늘과 땅을 건 심정일 것이다. 그 승패는 지금까지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은 ‘샤이 표심’의 선택에 달렸다. 기표소에선 혼자이기에 눈치 볼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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