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놓기, 희망을 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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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운, 시조시인

코로나192020120일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확진자가 발생하여 그로부터 2년이 훌쩍 지났다. 그 이전의 신종플루, 메르스처럼 금방 끝나리라 생각했는데 변이를 거치면서 확산세가 커지는 것 같다.

지난주 제주에서는 4일 연속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가 3200명을 넘어섰다. 이제는 일상이 지치고 견디기가 힘들다. 오미크론 확산세와 발생환자수, 백신접종자수, 방역지침 등 쏟아지는 뉴스에 도민 모두가 녹초가 되었다. 자가격리도 예전 같지 않고 변경이 잦은 방역지침에 모두가 힘이 든다. 아니 점점 무디어 간다.

해마다 3월이 되면 새별오름에서 불을 놓는 제주들불축제가 펼쳐진다. 목초를 생산하고 소와 말을 살찌우기 위해 이른 봄 풀이 돋아나기 전에 오름에 불을 놓아 해묵은 풀과 해충을 없애던 풍습인 방애를 축제로 재현한 것이다. 오름은 소와 말을 방목하고 목초를 생산하던 제주인의 삶의 터전이다. 제주들불축제는 그 터전을 더욱 살찌우기 위해 불을 놓았던 것을 재현한 것이다.

지난해 축제가 펼쳐지는 새별오름에 들불 COVID-19 OUT’를 새겨 놓았다. 아마도 코로나19가 물러가기를 기원했을 터이다. 사전 예약제와 유튜브 생중계를 도입하였고 드라이브인 관람 형식으로 새별힐링콘서트도 진행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상황에서 슬픈 축제로 진행되었다.

들불을 놓아 코로나19가 물러가기를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보면서 간절한 소망을 기원했다. 1년간 힘들었던 사람들이 조그마한 행복을 느꼈을 것이다. 나쁜 것들을 다 태워 없애버리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 해가 무사하고 편안한 삶이 되도록 기도했을 것이다.

2022년 들불축제는 오는 318일에 새별오름에서 펼쳐진다. 지나가다 보니 오름에는 무사안녕 일상회복 기원이라는 소망을 또렷하게 심었다. 와작와작 타오르는 들불을 통해 희망을 보고 풍요를 꿈꾸고 코로나19의 종식과 일상회복을 기원할 것이다. 그리하여 지치고 힘든 삶을 치유하고 희망으로 이어 갈 것이다. 새봄을 맞아 건강과 행복 속에 일상으로 되돌아가기를 희망해 볼 것이다.

필자의 집에는 자그마한 잔디 마당이 있다. 울타리 둘레를 따라 듬성듬성 나무며 꽃을 심어 놓았다. 겨울이 익어가면 제주수선화가 고개를 내밀고, 명자나무도 조그마한 자태로 살짝 웃으며 봄을 알린다. 그런 잔디 마당에 이때쯤 불을 놓는다.

올해도 며칠 전에 바람이 잔잔하고 포근한 날을 선택하여 불을 놓았다. 묵은 잔디를 태우고 잡초 씨앗을 태워 없애고 해충을 없애 결이 고운 잔디 마당을 만들고자 하는 바람이다. 그 바람에 더해 오미크론의 확실한 종식과 일상회복을 기원한다. 불을 놓아 희망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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