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국산 신품종 개발, 선택이 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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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편집국 부국장

감귤은 겨울철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국민 과일’로 불린 지 오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감귤 종자 자급률은 다른 과일에 비해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농촌진흥청 통계에 따르면 감귤 종자 국산화율은 2019년 기준 2.5%에 불과하다.

복숭아(35%), 참다래(25.4%), 사과(20.2%), 배(14.2%) 등 다른 과일과 비교해 종자 국산화율이 극히 저조한 실적이다. 과일은 물론 장미(30.3%), 국화(32.7%), 난(19.4%) 등 화훼류를 비롯해 양파(29.1%), 토마토(55.3%) 등 주요 채소류와 비교해서도 매무 낮은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식량 주권을 지키기 위해 감귤을 포함한 원예 종자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2012년 ‘골든시드(Golden Seed)’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2016년까지 1단계, 2017년부터 2021년까지 2단계로 나눠 추진된 이 사업은 총 10년간 5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됐다.

경쟁력을 갖춘 신품종 개발에서 보급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이 사업은 지난해를 끝으로 종료됐다.

농업 현장에서는 감귤만 놓고 보면 10년 동안 추진된 골든시드 프로젝트를 통한 신품종 개발·보급 성과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는 말이 나온다.

현재 온주밀감 품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궁천조생’은 1920년대 일본에서 육성, 1960년대부터 제주에 들어온 일본 품종이다.

궁천 조생 다음으로 농가들이 많이 재배하는 ‘흥진조생’, ‘일남1호’, ‘유라조생’도 일본에서 들어왔다.

온주밀감 중 우리나라에서 자체 육성한 품종을 꼽는다면 2004년 나온 ‘하례조생’을 꼽을 수 있는데 지금까지 보급된 면적은 500㏊에 불과하다. 온주밀감의 ‘올드보이’격인 궁천조생을 넘어 당도가 높은 고품종 개발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농가 보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종자산업 분야 전문가들은 품종 갱신에 적극 나서지 않는 농가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하례조생 등 국산 품종으로 갱신하는 과정에서 기존 나무를 베어내고 어린 묘목을 심을 경우 3~4년 동안 수익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농가에서 선뜻 품종을 갱신가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온주밀감과 달리 딸기의 경우 ‘설향’, ‘매향’, ‘아리향’, 방울토마토는 ‘미니찰’, ‘TY레벨업’ 등 다양한 국산 품종이 육성됐다.

과일 분야를 보면 배는 ‘신화’, ‘서원’, ‘설례’ 등 다양한 품종이 개발됐다. 복숭아는 ‘유명’, ‘천홍’, ‘미홍’, ‘옐로드림’, ‘홍슬’, 키위인 경우 ‘스위트골드’, ‘골드원’, ‘레드비타’, ‘감록’, ‘감황’ 등이 대표적인 국산 품종이다.

‘한 알의 씨앗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있듯이 미래 먹거리 산업에 있어 종자 주권 문제는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신품종 감귤 보급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최근 만난 김기훈 전 감귤농협조합장은 정부와 제주도, 농민 모두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는 “사과, 배, 키위, 딸기 등 대부분 품종에서 국산 품종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유독 감귤 분야만 정체돼 있다”며 “골든시드 프로젝트가 중단되더라도 제주도정을 중심으로 감귤 신품종 개발과 보급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과일들이 신품종 개발을 통해 소비자 입맛에 맞추는 동안 제주에서는 오래 전 일본에서 보급된 ‘궁천조생’에 안주했다는 것이다.

종자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온주밀감을 포함한 감귤류 신품종 개발과 보급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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