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표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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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타인과의 관계에서 필요한 믿음이 신뢰다. 믿으므로 의지한다. 사회에서 살려면 신뢰를 얻지 않으면 안된다. 신용과는 다른데도 구분하지 못해 신뢰하는 사람에게 보증을 섰다가 함께 시궁창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에서는 신뢰와 신용을 별개로 보는데, 개인주의와 인정 간의 차이에서 오는 인식에서 보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개념이다.

‘나는 그 사람을 절대 신뢰한다.’ ‘절대’란 부사로 수식할 정도이니, 신뢰 수준이 극한치에 이름을 드러냈다. 하지만 신뢰는 기대와 위험을 동반하는 개념이다. 기대하므로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누군가를 신뢰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위험을 달게 받는다는 말이 된다는 얘기다.

신뢰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경영에서는 신뢰가 이뤄지는 요인으로 능력, 성과, 성실성, 호의, 개방성 등으로 줄 세운다.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인정도 받아야 하므로 좀체 쉬운 게 아닌데, 그것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신뢰를 곧잘 종이에 빗댄다. 구겨 버리기는 쉬워도 구김살 없이 본래의 상태로 원상 복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신뢰 없이 어둡게 산다면 참으로 불행한 삶일 수밖에 없다. 신뢰를 가볍게 여기고 버리는 것은 사회에서 ‘같이 살 수 있는 존재’가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신뢰를 잃는다는 게 사랑을 잃어버리는 것보다 훨씬 큰 충격이고 끔찍한 일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있다.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 거짓말을 밥 먹듯 해대는 사람들이 그런 자들이다. 그런 심보 어느 구석에 신뢰가 싹틀 한 뼘 여지가 있겠는가.

신뢰는 사람이 사회에서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는 중도적 덕목이다. 인생을 밝게 살아가게 하는 빛이다. 팔 수도 살 수도 없으며 눈에 보이지도 않으면서도, 가장 소중한 가치의 하나다. 신뢰의 표면적은 사물로 외연을 넓힌다. 흔히 말하지 않는가. 대개 수명이 길어 오래도록 쓸 수 있고, 내구성이 좋아 쉬이 망가지지 않으면서 오작동이 발생하지 않는 물건에 대해서도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신뢰할 수 있다.” 한마디로 고장 날 걱정 없이 믿고 써도 되겠다는 단안을 내린다는 의미다. 신뢰처럼 단단한 게 또 있을까.

제임스 C. 헌터의 말이 떠오른다.

“수사(修士)님, 조직과 인생에서 성공적인 관계 형성에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라 생각하셔요?”

수사가 서슴잖고 대답했다.

“정답은 아주 간단합니다. 신뢰입니다. 신뢰가 서로간의 관계를 연결하는 접착제 같은 것입니다.”

조직과 인생뿐만 아니다. 정치, 사회, 경제, 교육도 신뢰가 핵심이다. 신뢰가 없으면 금이 가 깨어지고 근본이 흔들려 무너지고 만다. 신뢰는 모든 것의 시작이고 끝이다. 성공의 비결은 신뢰에 있다. 다만 신뢰는 어쩌다 방심하면 순간에 무너진다. 의지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한결같이 놓쳐선 안되는 게 신뢰다.

부부관계도 신뢰다. 신뢰는 서로 맞춰 가며 양보하고 어르고 베풀며 두 사람을 하나로 만들어 간다. 주파수를 맞추고 역할에 균형을 유지하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신뢰 쌓기다. 바람에 탄탄하게 다져진 나무는 쉬이 무너지지 않는다. 졸혼이니 황혼이혼이니 하는 게 모두 신뢰 쌓기에 실패한 자의 허탈한 넋두리다. 잘못된 것이다. 신뢰에 금이 갔으니, 땀땀이 기워야 한다. 인생을 아름답게 매조지어야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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