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 다시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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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권일, 농업인·삼성학원이사장

갈민대우(渴民待雨)의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는지, 기다리던 택배처럼 단비가 내렸다.

타는 목마름에 기진(氣盡)했던 대지의 속살까지, 촉촉이 젖어 들어 봄날이 싱그럽다.

시들다 못해 말라가던 감귤나무 잎사귀들, 기사회생의 검파랜 생기(生氣)로 번들거린다.

봄비가 내리면 농한기는 끝난다. 언제나, 농한기는 짧고 농번기는 길다.

간만에 만끽한 유유자적 늘어졌던 삶이, 옛이야기처럼 물거품 되어 아득히 멀어져 간다.

대신 전정과 파쇄, 거름과 비료 살포를 필두로, 한 해 작업목록이 실타래처럼 이어진다.

전정은 동네 전문가들에게 맡겼지만, 명색이 전업농부인데 파쇄까지 나 몰라라 할 수 없다.

잘라낸 가지들을 잘게 파쇄해서 정리해 주지 않으면, 일 년 내내 걸리적거려 작업능률을 떨어뜨린다. 그런데 파쇄를 하는 일이, 아직도 녹록지 않다. 자타공인 기계치(機械癡)이다 보니, 파쇄기를 차에 싣고 내리는 일부터 조마조마하다. 게다가 작업 중 조금만 방심하면 큰 상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다.

퇴비와 비료살포는 어쩔 수 없이, 외국 노동자들의 힘을 빌렸다. 20에 달하는 거름과 비료 포대를 이고 져 나를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민들이 노령화되면서 대부분 힘든 일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일손을 빌린다. 몸은 여유로워졌지만 말도 통하지 않는 이방인들의 일본새바라보는 마음은 착잡하다. 한때는 혼자 뚝심으로 농장을 건사했었는데, 세월 앞에 무너져 내리는 자신을 돌아보며 역부족을 절감한다. 게다가 인건비에 퇴비와 비료, 농약값까지 줄줄이 오르고 있으니, 언제까지 농사를 계속할 수 있을지 의구심마져 든다.

그러나 어찌하랴. 다시 봄인데. 신들메 고쳐 매고 일터로 향한다. 일용할 양식 구하기 위해선, 더운 땀 흘릴 수밖에 별 수가 없다. 농사는 농부 배반하지 않는다는 선천적 믿음 하나로.

그나저나, 우여곡절 속에 20대 대통령이 탄생했다.

이전투구의 선거판은 볼썽사나웠고, 당락은 무효표보다도 적은 간발(間髮)의 차이였다.

승복한 낙선자의 뒷모습은 아름다웠지만, 갈기갈기 찢긴 민심(民心)의 민낯은 두려웠다. 국토의 분단도 모자라, 정치권의 갈라치기로 양극단의 불통(不通) 속에 내외하고살아간다면, 대한민국 공동체의 밝은 미래는 고사하고, 호시탐탐 아수라의 지옥이 따로 있겠는가.

당선자께서 국민으로 하여금 더 많은 꿈을 꾸고, 더 많은 것을 이루고, 더 나은 존재가 되도록 이끄는 통합의 대통령이 되시기를 간절하게 바랄 뿐이다.

다시 5. ‘위대한 국민들이 제발 나라 걱정하지 않고, 공정과 상식의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살판나는 대동세상(大同世上)’ 만들어 주시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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