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新舊)의 마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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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이해나 의견을 달리하는 양쪽이 서로 충돌하는 현상이 마찰이다. 한 물체가 다른 물체와 맞닿은 상태에서 움직이기 시작할 때, 그 접촉면에서 운동을 저지하려는 힘이 막아서면 당연히 부딪쳐 걸리적거리게 마련이다. 이로 인해 동력을 상실하면 밀려오는 파도 같은 힘에 쓸린다. 심하면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돈다. 무모한 일이다.

정지한 상태에 있는 물체를 움직이려 할 때 생기는 저항을 ‘정지마찰’, 움직이고 있는 물체에서 생기는 저항을 ‘운동마찰’이라 한다. 처음 밀어서 시작할 때 가장 많은 힘이 필요하며,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처음보다는 작은 힘으로도 물체를 계속 움직이게 할 수 있다. 마찰은 움직임을 멈추게 한다.

부정적인 면만을 떠올리기 쉬우나, 일상에서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게 마찰이다. 가령 자동차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 사람이 길을 걸을 수 있는 것이 모두 마찰이 있어 가능하다. 마찰이 없는 빙판 위에서 자동차는 헛바퀴만 돌아가고, 사람도 미끄러진다. 늘 경험하는 일이다. 나아가려면 작은 마찰을 최소화해 속도를 최대한 높여야 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막중한 업무가 진행되는 가운데, 국민들이 설렘과 기대로 충만해 있다. 한데 정권 이양을 불과 40여 일 앞둔 시점에서, 신구 권력이 팽팽히 맞서 마찰했다. 서로 말꼬리를 물고 생트집으로 어깃장을 놓았다. 주고받는 정련되지 못한 말들이 지나치게 조악해 어처구니없었다. 나라를 책임질 지도층의 화법에 이만저만 회의를 느낀 게 아니다.

당선인이 청와대엔 절대로 들어가지 않겠다, 일단 들어가면 나오지 못한다면서 대통령 집무실을 탐색하다 용산 국방부 자리로 간다고 하자, 그건 안된다. 안보 공백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뒷받침해야 할 예산의 추산도 서로 아귀가 맞지 않았다. 왜 청와대가 있는데 졸속하게 그런 결정을 하느냐, 청와대는 제왕적 권력을 상징하는 곳이다, 5월 10일 취임하면서 곧바로 국민께 돌려드리겠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공공기관 인사를 왜 지금 하는 것이냐, 같이 일할 새 정부에서 해야 한다. 아니다. 그건 현 대통령의 몫이다….

다 좋다. 잘하려고 내세우는 것일 테니까. 한데 국가를 통치했거나 통치하려는 지도층인데, 왜 이만한 일에 정치적 통섭이 이뤄지지 않는 걸까. 무슨 일을 번갯불에 콩 궈 먹듯 하려는 데 문제가 있어 보이기도 하고,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듯 왜 그리 화급한가. 있는 공간에 들어가 이전을 검토해도 되는 일인데. 현 대통령은 물러날 사람이고 당선인은 앞으로 5년 나라를 다스릴 국가적 책무를 짊어진 사람이다. 서로 겸양지도(謙讓之道)를 보일 수는 없는 건가.

엎치락뒤치락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8일 대통령과 당선인의 회동이 성사됐다. 19일 만의 극적인 만남이다. 문 대통령이 마중 나와 예우했다. 집무실 이전 등에 잘 살펴 예산 협조를 하겠다며 성공을 빈다고 덕담했다. 당선인도 국정은 축적이니 잘된 건 계승하겠다며 건강을 빈다고 화답했다 한다. 냉기류는 일단 걷어냈다. 임시 봉합이 아니었으면 한다.

권력 이양은 엄중한 국사다. 마찰은 여기서 그쳐야 한다. 더 끌면 소모적인 데다 국민 불안만 가중시킨다. 북한이 ICBM을 쏘아 올렸다. 한반도의 평화가 5년 전으로 역회전하고 있는 건 아닌가. 마찰은 나아감을 가로막는다. 정세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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