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의 덫
사채의 덫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함성중 논설위원

대부업은 쉽게 말해 사채업자를 가리킨다. 2002년 사금융 양성화 방안에 따라 이른바 ‘대부업법’이 제정됐다. 사채시장 이용자가 급증하고, 대부업자의 불법 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확산하자 서민 보호 차원에서 만든 것이다.

대부업은 제도권 금융이 아니기에 지방정부에 등록한 뒤 영업한다. 법정 최고금리는 한때 연 66%였으나 지속적으로 낮아져 2007년 49%, 2011년 39%, 2018년 24%로 조정됐다. 이후 2021년 20%로 인하돼 시행 중이다.

하지만 사채의 폐해는 진행 중이다. 천문학적 수준의 이자율뿐만 아니라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채무자들을 인신매매 했다. 불법 추심으로 자살자도 나온다. 사채시장 양성화에도 비인륜적 행위를 일삼는 불법업자들을 한꺼번에 정화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금융이 눈부시게 진화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채무자를 옥죄는 고리채가 횡행한다. 아이 5명을 키우는 한 주부는 분윳값 20만원을 빌린 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곳에서 또 빚을 내 총 400만원의 빚을 졌다. 연 5214%의 고금리를 강요당했다.

제주에서도 지난해 말 생활고에 시달리는 가정주부 등 여성 11명에게 총 1억여 원을 빌려준 뒤 막대한 고리를 챙긴 업자가 적발됐다. 100만~300만원을 빌려주면서 선이자 명목으로 10~30% 부당 공제한 후 연이율 최고 7300%를 적용한 혐의다.

이쯤이면 가히 살인적인 폭리다. 더구나 분윳값을 빌린 주부에게는 “돈 안 갚으면 당신 애들을 섬에 팔아버릴 수도 있다”는 등 악랄한 협박을 해댔다. 정말이지 사회적 약자의 숨통을 이렇게 죌 수는 없는 일이다.

▲불법 사채가 무서운 건 고금리와 복리에 있다. 보통 단리로 쓰는 대출과 달리 높은 이율에 변칙 복리까지 적용하는 것이다. 이자 계산을 연 단위가 아니라 하루로 정해 원금과 이자를 매일 갚아나가는 ‘일수’에 함정이 숨어 있다.

그럼에도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불법 사금융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만 20세 이상 성인 가운데 12.6%가 대부업체를 찾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미등록 사채를 이용해본 경험자를 환산했더니 219만명에 달했다.

여전히 은행 문턱이 높아 대부업체를 찾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다. 이른바 ‘채무 노예화’를 막기 위한 대안이 절실하다. 금융 소외계층에게 합법적 금융 기회를 충분히 열어주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