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와 국민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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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편집국장

국민투표제도. 글자 그대로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투표를 실시해 국가의 중대한 사항을 결정하도록 도입된 것이다. 투표권을 가진 국민 모두가 참가하는 만큼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강력한 정당성을 가진다. 우리나라의 국민투표는 헌법과 국민투표법에 기반을 두고 있다. 헌법 개정안,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이 그 대상이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국내에서 치러진 국민투표는 6차례이다. 모두 헌법 개정과 맞물려 있다. 가장 최근 사례는 1987년 대통령 직선제였다. 5공화국 말기 여야 합의로 도출된 이 헌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 역대 가장 높은 찬성률(93.1%)로 통과됐다. 1969년 대통령에게 3기 계속 재임을 허용하는 3선 개헌안 국민투표는 역대 가장 낮은 찬성률(65.1%)로 기록되고 있다. 1975년에는 대통령의 종신집권을 보장하는 유신 헌법 존속과 정부 신임을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된 가운데 73.1%가 찬성했다.

역대 6번 실시된 국민투표의 승률은 100%였다. 이처럼 국민투표는 투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국민의 의견을 확인하는 과정이면서도 당시 정부의 의도가 반영되는 결과를 낳았다.

해외에서는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결정,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독일에서는 아돌프 히틀러가 국민투표를 이용해 나치당 독재를 정당화하기도 했다.

이러한 국민투표를 놓고 최근 정치권이 시끌시끌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지난 27일 검찰 수사권·기소권을 분리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핵심 법안인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관련 국민투표 실시 카드를 꺼냈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은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헌법 정신을 무시하고 검수완박법을 다수의 힘으로 통과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은 차기 정부와 의논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방선거 때 함께 치른다면 큰 비용을 안 들이고 직접 (국민에게) 물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국회의 입법 권한을 무시하는 처사, 삼권분립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반헌법적 주장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쟁점은 국민투표 대상이냐이다.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 요건에 충족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국민투표 실시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냐이다. 헌법재판소가 2014년 국민투표법상 재외국민 투표인명부 작성 조항과 관련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헌재는 당시 개선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2016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결정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투표법 개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투표인 명부 작성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헌법불합치 조항은 우리나라에 주민등록을 해 놓았거나 재외국민이더라도 국내 거소 신고가 돼 있어야 투표인명부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선거관리위원회는 재외국민 참정권 보장 등을 담은 국민투표법 개정 의견을 2017년 국회로 보냈지만 아직까지도 개정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국회가 6년이 넘도록 입법을 방치했다니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개헌 요구 등 국민투표 실시에 대비해 서둘러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더 나아가 국가의 중대사에 대해 여야가 합의 처리하는 노력을 보인다면 정권 입맛에 따라 국민 갈등을 부추기는 국민투표를 최소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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