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와 가스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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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검찰이 최근에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가평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면서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란 용어를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는 심리학적 용어로, 상대방의 심리를 교묘하게 억압해 판단력을 잃게 함으로써 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다. 일종의 ‘심리적 길들이기’라고 할 수 있다.

1938년 영국에서 공연한 연극 ‘가스등(Gaslight)’에서 유래했으며,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여자의 막대한 재산을 보고 결혼한 남자가 숱한 속임수와 거짓말로 멀쩡한 아내를 정신병자로 만드는 과정을 그렸다. 집안의 가스등을 일부러 어둡게 해놓고 아내가 방이 어둡다고 하면 “당신이 잘못 본 것”이라며 오히려 정신적 고문을 가했다. 그러는 사이 아내는 현실인지 능력을 잃고 남편에게 무작정 의존하면서 깊은 수렁에 빠져든다.

데이트 폭력, 집단 따돌림, 직장 내 갑질, 부모의 자녀 통제, 제3자에 대한 맹종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지방선거 시즌이라 어떻게 휴대폰 번호를 알았는지 지지를 호소하는 문자 메시지가 자주 울린다. 가끔 짜증도 나지만 그렇다고 아예 ‘수신 거부’할 정도는 아니다. 유권자로서 대접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다.

그러면서 내 표심이 내 의지에 의해 좌우되는가에 대해선 간혹 의문이 든다. 현재로선 편안하게 관전 모드를 취하고 있지만, 때때로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에 부화뇌동하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ㆍ편승효과)라 할까, 우위를 점한 후보 쪽으로 마음이 더 쏠린다. 자칫하면 타인이 만들어 놓은 대세몰이에 휩쓸려 내 주권이 좌초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학력이나 경력 등 화려한 스펙이나 권위자ㆍ전문가라는 말에 쉽게 현혹되는 것도 문제다. 이것이 선출직으로서의 자질이나 능력과는 별개라는 것을 여러 차례 투표를 통해 경험했는데도 말이다.

지연, 혈연, 학연 등에 초연한척하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고질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자책해 보지만 고쳐지지 않아 큰일이다.

▲자존감 없고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하는 유권자는 가스라이팅의 표적이 되기 쉽다. 6·1 지방선거 대진표가 확정되면서 이제부턴 유권자의 시간이다.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누군가에 의해 세뇌당하면 영원한 ‘졸’로 전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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