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바람난장 개최…자연 속 제주의 봄맛 물씬 느낄 수 있어
다양한 작품과 공연 감상하며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 충전
돌문화공원 단지로 들어서는 길목이다. 주차장에서 진입하는 길가의 나뭇가지들마저 저마다 눈빛 밝히고 있다. 갓 삐져나온 연록의 잎들이 하늘거리는 미동조차 사랑스런 계절, 5월이다.
주말도 아닌 주중의 낮 시간에 갖는 2022년의 첫 바람난장, 참가자 모두의 출석에 그 반가움은 배가 된다.
새소리만 흘러가는 성읍리 어느 건천 산수국 사나이도 그 곁에 터를 잡고 천지간 식구 아니냐 잎 내라 꽃 내라 한다
꽃을 섬기는 일도 대물림 하는 건지 하는 일 족족 말아먹고 겨우 남은 텃밭 하나 산수국 헛꽃 웃음을 씨익 하니 피워낸다
한 때 이 섬에 홀린 김영갑 카메라도 ‘초원의집’ 이쯤에 와 더는 길을 놓쳤다지 컹 컹 컹 달뜨는 밤은 ‘개오름’도 달래준다
-오승철의 ‘씨익’ 전문
‘…. 한 때 이 섬에 홀린 김영갑 카메라도/ ‘초원의집’ 이쯤에 와/ 더는 길을 놓쳤다지‘….’ 김정희 시낭송가의 선 굵은 낭송으로 감상하며 김영갑 선생의 생전의 모습도 떠올리자, 그곳의 배경들조차 봄옷으로 갈아입느라 분주할법한 상상이 덧입혀진다.
큰 행사를 주최하는 ‘제주자연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창립전’의 고성민 회장의 인사말을 전한다. “자연을 종합적으로 보여드리는 기회로, 수석과 난, 야생화, 분재, 마삭의 합동전시회를 마련하게 되었다….”
조금은 멀찌감치 있는 공간,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 갤러리를 찾아 옮겨 다니는 사이로, 그 움직임에도 제주의 봄맛이 물씬 느껴진다. 다양한 작품들과 소품들에서 대자연을 갓 옮겨다 놓은 것처럼 싱그럽기가 그지없다. 갖가지의 소우주를 만나는 동안 잠시 치유의 시간도 갖게 된다.
오카리나 연주팀 ‘딱 어울림’ 봉사단의 정길자 외 일곱 명의 오카리나 연주로 ‘감수광’과 전자호른, 오카리나의 콜라보로 ‘울어라 열풍아’가 연주되자 사뭇 경쾌해지는 듯 분위기 반전에 이른다. 이렇듯 우리 민족은 흥이 많은 민족성을 갖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나고 만다.
오늘은 반가운 소식 있으려나/ 기다려도 기다려도 서울 간 그 사람은/ 오지를 않네 오지를 않네’ 성악가 김영곤의 ‘까치가 울면’은 애달프고도 다소 차분하니 가사를 음미하노라면 생각마저 많아진다.
‘제주자연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창립전’ 축하공연이자, 코로나 시국의 말미 즈음 새로이 문을 열게 된 난장쯤이 아닌가. 2년 4개월 여동안의 두문불출을 가까스로 일깨우는 공연 너머로, 코로나 시국은 우리의 일상을 적잖이 옥죔은 물론 휘둘려온 생각이 앞서는 시점이다.
제주의 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공간 속, 다소 지친 일상이 감지된다면 조금은 멀찍이 떠나보는 건 어떨까. 이 봄에 지친 마음과 몸을 충전시키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마시라. 마땅히 막힘이 없는 시공간, 그 공유의 소중함을 몸소 깨닫는 외출이다.
성악=김영곤·윤경희
연주봉사단=‘딱 어울림’
시 낭송=김정희·강상훈
색소폰=최경숙
호른=황재성
팬플루트=서란영
사회=정민자
그림=고은
사진=허영숙
글=고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