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복(五福)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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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호 수필가

이가 시리고 아프다. 찬물을 마시지 못할 정도다. 한겨울에도 냉수를 즐겨 마셔왔는데, 어느 날 아침 기상과 동시에 찬물을 마시다가 아주 혼쭐이 났다. 이가 시린 것은 물론 누군가 바늘로 귓가를 찌르는 것처럼 아프더니 눈물까지 흐르면서 정신이 아뜩해진다. 평소 치아가 부실하여 여러 차례 치과를 찾았었는데, 예전에 겪어보지 못한 통증이라 덜컥 겁이 났다.

서둘러 친구가 운영하는 치과에 갔다. 엑스레이를 찍고 이리저리 검사해 보더니 잇몸이 많이 상하고 아랫니 몇 개가 아주 못 쓰게 되어서 통증이 가라앉으면 발치를 한 후 경과를 봐 가면서 장기간 치료를 해야 되겠다고 한다. 딴은 거르지 않고 양치하며 관리해 왔는데, 눈앞이 캄캄하고 맥이 풀린다. 한심하기보다 그저 서러울 따름이다.

흔히들 튼튼한 치아는 오복의 하나라고 말한다. 그만큼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치아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일 게다. 그런데 고대 중국 유교 경전의 하나인 서경(書經)’에서는 (),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을 일컬어 오복(五福)이라 하고 있다.

천수(天壽)를 다 누려 오래 사는 것은 ()’,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풍요로움은 ()’이다. 강녕(康寧)이란 심신이 건강하고 깨끗한 상태에서 편히 사는 것을 일컬으며, 유호덕(攸好德)은 남에게 많은 것을 베풀고 돕는 선행과 덕을 쌓는 복을 지칭한다. 끝으로 고종명(考終命)은 일생을 건강하게 살다가 고통 없이 평안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을 큰 복으로 삼은 것이다.

이와 유사하기는 하지만 기실 일반 서민들이 간절히 원하던 오복은 따로 있었으니 치아가 좋은 것, 자손이 많은 것, 부부가 해로하는 것, 손님을 대접할 만한 재산이 있는 것, 명당에 묻히는 것이 그것이다. 건치(健齒)를 으뜸으로 꼽은 까닭은 아마도 건강한 치아가 곧 장수의 첩경임을 인지한 결과일 게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오복의 의미도 변하는 게 인지상정인가 보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건강한 육체를 견지하는 것, 서로 아끼면서 지내는 배우자를 만나는 것, 자식에게 손을 안 벌려도 될 정도의 재산을 소유하는 것, 생활의 리듬과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적당한 일거리, 나를 알아주는 참된 친구가 있는 것을 오복으로 여긴다고 한다.

아무튼 고금을 막론하고 부와 명예보다 건강이 우선인 것은 불변의 진리인 듯하다. 내게도 이를 드러내 활짝 웃을 날이 속히 다가오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치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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