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 놈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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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봉, 수필가·시인

집 앞 인도엔 산책하는 사람들이 종종 지나간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도 많이 보인다. 너무 많아진 반려동물로 불편을 겪는 사람들 목소리도 높다.

개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맹목적이다. 우리 집에도 개 두 마리가 마당에서 살고 있다. 외부인 접근을 일절 거부한다. 집으로 들어오는 사람이나 동물이 보이면 우심히 짖어대므로 창문을 열어 확인하곤 한다. 파수꾼으로는 놈들이 적격이다.

녀석들은 주인 다섯 사람과 아주 가까운 사람 몇만 기억한다. 그 외는 침입자로 분류하는가 보다. 하지만 대상에 따라 짖는 소리가 다르므로 소리만 들어도 누가 왔는지 짐작이 간다. 택배, 집배원, 수도 검침원 같은 간혹 보는 사람에겐 짖는 소리가 약하다. 사람으로 치면 헛기침하는 정도라 할까, 생면부지인 사람에겐 달려들 것처럼 요란하게 짖어댄다.

자동차도 알아본다. 내 차와 아들·며느리 차가 들어올 때는 주인을 대하듯 반긴다. 아들 회사에서 가끔 빌려다 쓰는 트럭도 알아보는 걸 보면 신통하기까지 하다. 낯선 차가 들어오면 얌전을 빼다가도 사나운 놈이 된다. 짖는 소리로 낯선 차가 들어 온 것도 짐작이 되므로 손님 맞는 방법이 용이하다.

고요한 적막이 흐를 때 3층 창가에서 눈을 내리고 바라보면 머리는 항상 우릴 향해 있다. 언뜻 모습이 비치기라도 하면 꼬리가 엉덩이를 흔들 것 같은 반응으로 반긴다. 충견이다.

산책을 즐길 때면 겅중겅중 뛰면서 좋아한다. 열심히 코를 들이대고 지나간 동족의 정보를 수집한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다. 동족의 동성과 마주치면 으르렁대며 싸움부터 걸기 시작한다. 왜 그럴까, 동족인데 사이좋게 지내면 좋으련만, 두 놈 다 줄을 잡고 버티기 어려울 만큼 몸부림치며 달려들 기세라 산책하는 개를 만날 때면 단단히 줄을 잡고 있어야 한다.

녀석들이 꼭 하는 행동이 있다. 다른 개들이 영역표시를 해놓은 곳 위에다 덧칠하는 일이다. 관리 지역을 넓게 가지고 싶은 본능이다.

우연히 투견들 싸움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의 싸움은 살벌하고 처절했다. 상대가 죽을 때까지 물고 흔들어 대는 놈들에게 혐오감을 느꼈다. 소름이 돋았다. 더러 사람들에게서도 그런 모습이 보여 얼굴을 찡그리게 한다.

선거철이 오면 기삿거리가 이마에 깊은 골을 만든다. 속 보이는 공약과 당리당략으로 싸움이 도를 넘는다. 헐뜯고 모함하고 죽임을 당하거나 자살로도 이끌어 간다. 아니나 다를까, 6·1 선거도 다름없었다. 좀 더 성숙한 선거 풍토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재산을 차지하기 위한 혈육 간의 싸움도 꼴불견이다. 심하면 법정 다툼에까지 이르고 평생 원수지간이 되는 일도 허다하다. 사람들은 그런 걸 보면서 개같이 싸운다며 손가락질한다. 그놈의 욕심이 탈이다.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크고 작은 모임에서도 암투를 일삼는다. 인기를 얻기 위해 전임자를 내리긋고 해코지까지 일삼는다. 그런 인간을 볼 때면 봉사를 위한 단체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게 된다.

개는 식탐도 많다. 옆 개가 먹는 것만 봐도 으르렁대고 먹이를 내어 주는 자에겐 꼬리를 살랑댄다. 그와 같이 못된 정치인, 욕심으로 자리를 탐내는 인간, 법정 싸움으로 만신창이가 된 자들에게 사람들은 개보다 못한 놈이라며 손가락질하는데, 세월이 흘러도 달라질 조짐이 없다.

개 같은 놈이 되지 말아야지. 우린 개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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