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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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봉, 수필가·시인

오토바이를 물려받았다. 숙부님이 요양원으로 입소하시면서 주셨다. 노인이 타는 세 발 오토바이라 속도는 느리다. 하지만 요긴하게 사용한다. 주차하기가 번거롭지 않고 소소한 짐을 실을 수 있어 멍멍이와 닭 사료, 부식을 사 오는 일은 오토바이에 의지하게 되었다.

서예를 지도하는 도서관도 거리가 가까우니 그걸 타고 다녔다. 자동차보다 기름도 덜 소비되어 경제성도 높다. 속도가 느려 사고 위험도 덜하다.

30년 전 오토바이 사고로 119 신세를 졌었다. 그 후론 위험성이 높다는 생각에 오토바이를 멀리했다. 이륜자동차를 타는 걸 보기만 해도 불안한 생각이 들고 사고 후유증은 트라우마를 가지게 했다. 물려받은 오토바이가 여러모로 마음에 들다 보니 그런 생각들을 지워낼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우리의 삶 속엔 노동, 공부, 운동 수많은 주어진 일이 존재한다. 그리곤 중간에 쉬는 시간이 주어진다, 근로자는 차 한잔하면서 그 쉬는 시간에 다음 할 일을 위해 제 충전하고, 학생도 다음 공부에 차질이 없게끔 적절하게 활용한다. 쉬는 시간을 잘 활용하면 일의 능률도 오르고 학습효과도 높일 수 있다. 생리작용도 해결하고 목마름도 해결해야 한다. 커피 한 잔의 여유도 그렇고.

그렇게 일상에서의 소소한 쉬는 시간도 있겠지만 재충전을 위한 수면은 건강과 생명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다. 잠이 보약이란 말도 있듯이 절실한 게 잠이다.

나이를 먹는 탓일까, 해를 거듭할수록 잠이 적어지는가 싶더니 요즘은 불면의 밤을 보낼 때가 많다. 다행인지 모른다. 그럴 때는 글줄이라도 채운다며 자판을 두드릴 수 있다는 것은. 그러다 꼬박 한밤을 새울 때도 있지만 어쩌다 졸린 기분이 들 때는 얼른 침대에 몸을 뉘기도 한다. 그 시각이 새벽 두세 시쯤일 때가 많다. 그런데 두 번에 한 번쯤은 잠을 이룰 수 없게 하는 소리가 있다.

푸다다다 콰르릉하는 폭주족 오토바이와 배기통을 개조한 자동차 폭음이 겨우 소환해 온 귀중한 잠을 쫓아낸다. 괴성을 지르기도 하고, 경광등을 번쩍거리며 광란의 질주다. 어떤 때는 경찰 오토바이 사이렌까지 위조해 틀어대니 욕이 다 튀어나올 정도다. 침대에서 뒤척이다 동살을 맞곤 한다.

잠을 설친 날에도 정해진 강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외출해야 한다. 버스를 이용하려고 하지만 버스 이용이 번거롭거나 짐이 있을 땐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그런 날엔 흐릿한 정신이 되어 있으니 불안하다. 자칫 사고로 이어질까 걱정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게 될까 봐서 신경이 예민해질 수밖에.

도대체 저들을 어느 시간에 휴식을 취하며 어떤 직업을 가진 인간들일까, 공중도덕은 온데간데없고 민폐를 끼치는 저런 행동을 정부에선 규제가 불가능한지 방관이니 의로운 사람들이라도 나서서 응징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절실하다.

아내가 면과 연겨자를 사다 달라고 한다. 살얼음이든 시원한 냉면을 떠올리며 탈것을 쳐다본다. 7월의 땡볕이 강렬하다. 창으로 몸을 들이민 열기로 자동차는 찜통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달렸다. 안전모와 고글로 가렸지만 스치는 바람이 뺨과 목을 어루만지고 앞가슴 단추 사이를 헤집으며 안으로 든다. 시원하다 못해 상쾌하다.

‘역시 여름엔 오토바이가 최고다.’

간밤에 폭주하던 인간들도 이런 맛 때문에 그랬으리라. 하지만 오늘 밤은 제발 민가가 없는 도로에서 즐기는 배려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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