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이 자초한 한림항 주민설명회 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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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18일에 두 차례 개최키로 했던 ‘한림항 준설토 투기장 호안 축조공사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차질을 빚었다. 오전에 예정했던 한수리 주민 대상 설명회는 주민들이 거부하면서 아예 개최하지 못하고 무산됐다. 이어 오후에 열린 한림읍 주민 대상 설명회도 거센 반발로 개최 30분 만에 파행을 빚으며 종료됐다. 이 사업을 둘러싼 그간의 과정을 보면 주민들의 대응이 과했다고 판단되지 않는다.

한림항 준설토 투기장 호안 축조공사는 수심이 얕은 항 내를 준설하고, 이 과정에서 나온 흙과 자갈 등으로 항구 동쪽 물양장 인근을 매립해 수산물 보관시설 등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항구 일부를 매립하는 것이기에 주민들로선 민감할 수밖에 없다. 주민들은 “날로 수질 오염이 심각해지는 한림항 실정에 맞는 공사를 추진하지 않고, 항구 시설 개선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누구보다 지역 사정에 정통한 이들의 지적이기에 눈길이 간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행정의 소통 실종을 성토했다. 주민 대표인 이장과 마을 자생단체장들도 주민설명회가 있기 전까지 무슨 사업인지 전혀 몰랐다고 한다. 이러하니까 주민들로선 자신들을 아예 무시하고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통과 의례적인 주민설명회에 참석할 리 없다. 이 사업이 인근 마을 바다의 수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면 주민설명회 이전에 이들에게 사업의 타당성을 알리고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어야 옳다.

더욱이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은 사업의 첫 단추나 다름없다. 잘 끼워야지 잘못 끼우면 초반부터 사업 자체를 힘들게 할 수 있다. 또한 평가서엔 전문가의 전문적 지식 못지않게 어민들의 경험적 지식도 반영되어야 한다. 이들이야말로 수시로 변하는 주변 바다 환경을 잘 알고 있다.

도는 이번 파국에 대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언제나 소통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현장의 소리를 들어보면 사실인지 여부가 금방 들통난다. 이제라도 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해 그들의 우려를 씻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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