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구의 지킴이, 초승달과 조각배
포구의 지킴이, 초승달과 조각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변종철,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前 제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장

신촌의 한 포구에서 은은한 자연미를 품고 있는 바다색에 호흡을 가다듬는다. 찰랑거리는 물소리 저쪽에는 주황색이 퍼지고 있다. 저녁노을이 지친 하루를 마무리하는 무렵에 초승달과 조각배가 다른 세계를 연출하고 있다. 이토록 황홀한 무대에 매료되는 그 자체가 마음의 청정제이다.

초승달을 바라보는 순간에 나 자신이 백지가 되는 것 같다. 백지 위에 여러 가지 달의 모양을 그려본다. 찰랑거리는 소리 위에 떠있는 조각배는 정겹기 그지없다. 조각배가 밝히는 불빛과 함께 자신의 흔적이 사라진다.

찰랑거리는 소리가 밀물과 썰물, 조석현상을 잉태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새삼 마음에 파문이 일렁거린다. 태양과 달이 지구에 미치는 기조력에 의해 지구의 해수면이 주기적으로 오르내리는 현상을 생각하니 인간의 존재가 너무 왜소해진다. 스산한 저 손톱달이 조석현상에 영향을 미친다. 온몸에 전율이 일어난다.

우리나라 서해안은 조석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곳이기 때문에 갯벌이 잘 발달했다. 갯벌과 달의 존재 가치와 갯벌에서 펼쳐지는 삶의 현장을 생각하면 손톱달에 매달려 있던 정겨움과 정서가 도망가는 것 같다.

인간이 손톱달과 보름달을 바라보는 감정은 확연히 다르다. 달은 스스로 빛을 발하지 못하기 때문에 태양 빛을 받는 부분을 어느 방향에서 관찰하느냐에 따라 보이는 달의 모양이 변한다.

환언하면, 달이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하면서 위치가 달라지면 지구, , 태양이 만드는 각도가 변한다. 그래서, 지구에서 보는 달의 밝은 부분이 달라져 달의 모양이 변하는 것이다. 조각배는 달 모양의 변화에 어떤 감정을 품고 있을까?

별이나 태양과 달리 달과 지구에서는 핵융합이 일어나지 않는다. 태양의 중심에서 수소의 원자핵들이 충돌해 헬륨(He) 원자핵으로 바뀌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이때 발생하는 빛과 열에너지가 지구에 전달되고, 이 에너지를 받아 동식물이 살아간다. 세계 여러 나라는 핵융합 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간이 지구에서 손톱달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 날도 도래할 것이다. 이를 이용해 달에 존재하는 He과 다양한 광물을 지구로 수송해 에너지원과 천연자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태양에서 수소를 이용해 핵융합을 일으켜 태양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처럼 He을 이용해 핵융합을 일으켜 에너지를 생성할 수도 있다.

달 표면에 He-3(질량수가 3He 동위원소)와 다양한 희소자원이 부존하고 있어 달을 직접 탐사하기 위한 인류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He-3는 화석연료 및 원자력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으로서 각광받고 있다. 화석연료는 향후 짧은 기간 내에 고갈될 수도 있으며, 원자력 이용시에는 방사능 위험성과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에 직면한다.

반면에 He-3는 지속적으로 태양풍에 의해 달에 퇴적되고 있어 고갈 우려가 거의 없다. 또한, He-3를 활용한 핵융합 발전은 우라늄이나 토륨을 기반으로 한 원자력보다 효율이 5배 정도 더 높으면서도 방사능 폐기물이 나오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달 표면에는 티타늄, 실리콘, 알루미늄, 칼슘, 마그네슘, 철 등 다양한 자원들도 분포하고 있다.

한 과학자의 노력에 의해 이어도가 전설에서 현실로 우리 품에 안긴 것처럼, 앞으로 달에 접근성이 더 용이해지면 신비계가 현실계로 돌아올 것이다. 달이 현실계의 중심이 됐을 때도 조각배와 초승달은 포구의 지킴이가 될까? 미래 세계를 향한 과학발전은 무궁무진하고 흥미진진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