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슬포의 오랜 슬픔 달래는 평화의 매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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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알뜨르 비행장(下)
일제의 침략 전진기지 알뜨르 비행장서 열린 올해 두 번째 바람난장
춤·노래 공연 이어 평화기원 리본 달기까지…재능기부에 볼거리 풍부
유창훈 작가의 알뜨르 비행장 바람난장 그림. 무지개색의 리본들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유창훈 작가의 알뜨르 비행장 바람난장 그림. 무지개색의 리본들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모슬봉, 단산, 산방산, 섯알오름 그리고 송악산!

제주의 서쪽 대정읍·안덕면에 있는 오름들이다. 이 오름 어느 곳을 올라도 탁 트인 삼면의 바다가 보인다. 그 오름들 아래 있다고 알뜨르라 불리는 이곳. 알뜨르 비행장, 격납고 19기 그리고 섯알오름 일제고사포진지, 송악산 진지동굴 등 모두 아픈 역사를 지닌 제주도 지정 문화재다. 일제 강점기, 4‧3유적지, 예비검속 백조일손지묘, 6‧25 제주 육군 제1훈련소, 강병대교회 등 모두 다크투어 생생한 역사현장이다.

김정희 시 낭송가가 송재학 시인의 모슬포 가는 까닭을 낭송하며 모슬포의 아픔을 곱씹어보고 있다.
김정희 시 낭송가가 송재학 시인의 모슬포 가는 까닭을 낭송하며 모슬포의 아픔을 곱씹어보고 있다.

나 할 말조차 앗기면 모슬포에 누우리라

뭍으로 가지 않고 물길 따라 모슬포 고요가 되리

슬픔이 손 뻗어 가리킨 곳

모슬포 길들은 비명을 숨긴 커브여서

집들은 파도 뒤에서 글썽인다네

햇빛마저 희고 캄캄하여 해안은

늙은 말의 등뼈보다 더 휘어졌네

내 지루한 하루들은 저 먼 뭍에서 따로 진행되고

나만 홀로 빠져나와 모슬포처럼 격해지는 것

두 눈은 등대 불빛에 빌려 주고

가끔 포구에 밀려드는 눈설레 앞세워 격렬비도의

상처까지 생각하리라

- 송재학 시인의 ‘모슬포 가는 까닭-제주시편-1’ 전문

김정희 시낭송가의 낭송을 듣는다. ‘나 할 말조차 앗기면 모슬포에 누우리라/뭍으로 가지 않고 물길 따라 모슬포 고요가 되리/슬픔이 손 뻗어 가리킨 곳/모슬포 길들은 비명을 숨긴 커브여서/길들은 파도 뒤에서 글썽인다네/햇빛마저 희고 캄캄하여 해안은/늙은 말의 등뼈보다 더 휘어졌네/…중략//’ 아파본 사람이 아픈 사람을 이해한다고나 할까. 제주 사람들보다 더 모슬포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인의 시를 낭송 내내 따라가며 곱씹어 본다. 시어 하나 하나마다 모슬포가 살아 숨 쉰다.

검정 치마를 입고 흰 수건을 두른 장경숙 무용가가 손에 테왁을 들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검정 치마를 입고 흰 수건을 두른 장경숙 무용가가 손에 테왁을 들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다음은 장경숙의 춤 공연이다. 흰 적삼에 검은 치마, 흰 수건에 큰눈을 쓰고 손에는 테왁을 들었다. 고수 조성구의 해녀노래 ‘이어도사나’ 북장단에 맞춰 날렵하게 테왁을 들고 공연을 한다. 테왁과 한 몸이 되는가 싶으면 다시 떨어지고, 다시 한 몸인가 하면 떨어지고 어디 그 뿐인가. 내친 김에 마이크 들고 땅바닥에 발 뻗어앉앙 ‘성님 성님 소춘 성님/ 시집살이가 어떵헙디강/아이고 얘야 말도나 마라/암톡 고튼 시어멍에/장독 고튼 시아방에/물꾸럭 고튼 서방님에/나 요 시집 못 살커라라//

이젠 끝났나 했더니 “에고, 내친 김에 나 ᄀᆞ를 말도 핫수다. 평생 물질만 ᄒᆞ멍/에고 열두 살에 동네 삼춘덜광 물질을 배워신디/막 잘ᄒᆞ염덴 ᄒᆞ는 ᄇᆞ롬에/눈트믄 밭디 가곡/물때 되민 테왁 들렁 바당에 들곡/ 아이고 우리 서방 생각ᄒᆞ민 눈에 천불이 낭/폼생폼사 한량 마씸~/경ᄒᆞ당 오꼿 가부난/…중략/ᄒᆞ룬 바당에 강 물꾸럭 잡아당 제숙이나 ᄒᆞ젠/그자 눈이 벌겅케 헤집당보난/먼바당더레 가분거라마씸/삼춘덜은 바당물에 빠졍 죽어시카부덴/ᄉᆞ뭇 난리나난 모냥이라마씸/해녀덜은 서로 위해주는 공동체렌마씸/삼춘덜이 제숙ᄒᆞ렌 잡은 물꾸럭도 주곡/불쑥불쑥 서방 생각나민 오장이 뒈싸지주마는/나한티 바당은 친정어멍이라마씸/가믄 그냥 옵니까/보말을 ᄒᆞᆫ 줌 잡던지, 톳을 ᄒᆞ꼼 ᄐᆞᆮ앙 오던지/난 그자 바당이 친정어멍인가ᄒᆞ영/시름 풀멍 살앗수다/게나제나 봄나민 사할린을 가보카 오키나왈 가카/원정물질 가보젠 허염수다/삼춘덜 잘 놀당 갑서양//”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일인극까지 종합예술을 재현해 주신다. 교장선생님으로 정년퇴직하고 춤을 시작했다는데, 바람난장 아니었으면 저 넘치는 끼를 어쩔 뻔했나 싶다.

서란영 팬플루트 연주가가 통통 튀는 팬플루트 연주를 선보이며 분위기를 무르익게 만들고 있다.
서란영 팬플루트 연주가가 통통 튀는 팬플루트 연주를 선보이며 분위기를 무르익게 만들고 있다.

다음은 통통 튀는 만년소녀 서란영의 팬플루트 연주 ‘외로운 양치기(게오르게 잠피르)’, ‘사랑으로(해바라기)’ 두 곡을 듣는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 있지/바람부는 벌판에 서 있어도 나는 외롭지 않아/그러나 솔잎 하나 떨어지면 눈물 따라 흐르고/우리 타는 가슴 가슴마다 햇살은 다시 떠오르네/아~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 주리라//’ 언제 들어도 가슴 뭉클하다. 팬플루트와 오카리나를 연주하는 아내를 위해 영상장비까지 챙기며 외조하는 부군 장병일님, 재능기부로 공연을 하는 바람난장 회원들에게도 고마움의 박수를 보낸다.

제주 알뜨르 비행장의 평화기원 리본을 묶는 ‘널, 지울까, 아님, 새길까?’로 참가자들이 바람난장의 마지막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제주 알뜨르 비행장의 평화기원 리본을 묶는 ‘널, 지울까, 아님, 새길까?’로 참가자들이 바람난장의 마지막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마지막 퍼포먼스 널, 지울까, 아님, 새길까? 제주 알뜨르 비행장 평화기원 리본을 묶는 손들이 바쁘다. 리본을 묶고 돌아서자 오름 사이로 바다가 얼굴을 내민다. ‘보슬보슬 보오슬 모슬포에 나와서면/남녘 하늘 다하는 바람곶에 나와서면/이따금 파도소리에 LP판이 울 때 있다// 최근 시집 『사람보다 서귀포가 그리울 때가 있다』를 펴낸 오승철시인의 ‘판돌이, 창경이 형’ 부분이다. 오늘 따라 몸으로 우는 절울이오름 파도소리나 실컷 듣고 싶다.

▲성악=윤경희 ▲시낭송=김정희

▲오카리나=장길자 외 ‘몬딱 어울림’

▲팬플루트=서란영 ▲사회=정민자

▲그림=유창훈 ▲사진=김미옥

▲글=문순자

※다음 바람난장은 8월 20일(토) 제주문학관 야외공연장에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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