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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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봉, 수필가·시인

바이러스와의 싸움이 아직도 안갯속이다. 장기전에 지쳐버린 사람들은 이제 백기를 들고픈 심정이다. 저것들과 함께 살겠다는 나라가 늘고 있다. 자연과 더불어 가기 시작 한 것일까.

자연을 거스른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실업률을 줄인다며 돈을 뿌리고, 시위하면 달래듯 들어주며 자유 시장 경제를 인위적으로 주물렀다. 물의 흐름을 거꾸로 바꿀 수 없다. 억지로 막아놓거나 숨겨진 봇물은 썩게 마련이며 머지않아 터지는 게 이치다.

요즘 우리나라가 지구촌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했다며 난리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 주변이나 아는 사람 집에 아기가 태어났다는 걸 들은 일이 별로 없다. 아기 울음소리가 들릴 리가 없지 않은가.

젊은 부부들은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의 미래가 불안하다 한다. 취업과 불안한 사회 구조, 높은 교육비와 장래 희망의 불확실성에 모든 걸 포기한 젊은이도 주변에 널렸다. 지자체마다 억지로 출산율을 높이겠다고 지원을 약속하지만,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아이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고 행복한 미래를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일이다. 달구지를 끄는 소를 앞에서 힘주어 줄을 잡아당기는 것보다 뒤에서 콧노래 부르며 따를 때 더 잘 간다는 걸 보았다. 억지로 이끄는 부작용이 크다는 걸 배운 셈이다.

텃밭을 일구는데 살펴보면 해충은 끝없이 태어나 작물을 괴롭힌다. 진딧물과 같은 종은 충으로 어미 몸에서 바로 태어난다. 추워지면 알을 낳아 봄에 부화를 거쳐 태어나기도 한다. 이중으로 태어나 개체수를 급격히 늘리는 저것들은 움직임이 둔해 천적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된다. 손쉬운 사냥감이 되기에 개체수를 높여야 후손을 남길 수 있다. 자연의 법칙이다.

식물의 씨앗도 그렇다. 사람이 경작하는 작물은 당년 발아에 그친다. 사람이 관리한다는 걸 아는 걸까, 야생은 다르다. 스스로 올해 발아할 놈과 이듬해뿐만 아니라 먼 미래에 발아할 놈도 따로 정해진다. 그래야 종을 보존하며 자연과 인간과 다른 경쟁 식물들과의 싸움에서 도태되지 않는다.

미생물도 관찰해 보면 마찬가지다. 이분법에 의한 번식은 속도가 매우 빠르다. 하지만 개체수가 적정 수준으로 분열되어 채워지면 증식을 멈춘다. 다른 개체에 의해 먹히고 다시 우점 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의술이 발달하지 못한 과거에 콜레라 같은 고위험성 전염 균도 자연에 의해 어느 순간 사라지기도 했다.

그 모든 것이 자연의 흐름이다. 인간이 자연을 거스르지 말고 자연스럽게 공생하는 것, 지혜롭게 그 흐름을 타야지 인간의 힘으로 자연을 바꾼다는 것은 또 다른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인위적인 간섭은 자연을 흐트러뜨리지 않을 만큼 조금만 덜어내야 하건만 그 한계를 넘어 관여하는 오만으로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해충이 많다고 과도하게 농약을 뿌려대면 해충은 잡을 수 있으나 천적이 사라지고, 그 농약의 피해는 고스란히 인간의 몫이 된다. 임금을 올리니 자연스레 물가도 따라 오른다. 인건비에 허덕이던 기업이 폐업하자 일자리가 사라졌다. 임금은 올랐지만 오른 물가가 내 임금을 앗아 간다. 결국은 국제 경쟁력만 잃는 아둔한 흐름을 만들지 않았는가, 자연스럽지 못한 억지 관여가 낳은 병폐다.

사무실과 자동차마다 에어컨을 틀고, 전기요금이 무섭다던 촌부들도 스위치를 올린다. 입추, 말복, 처서를 넘겼건만 아직도 볕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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