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인물’ 남헌 김찬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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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지난 10일에 타계한 남헌(南軒) 김찬흡(金粲洽ㆍ90) 선생님과 인연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봄에 편집국으로 매우 두툼한 책 한 권이 배달됐다. 포장지를 뜯어보니 ‘제주인물대사전’(2016년 12월)이었다. 국배판 크기로 분량만 900여 쪽에 달했다. 탐라 시대부터 현대까지 제주와 관련된 인물 3000여 명의 생애를 기록한 인물사였다. 기획물로 연재하고픈 마음이 생겼다.

제주시 삼도동 소재 자택을 방문해서 인사를 하고 본지에 게재하고 싶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하지만 두 시간가량 붙잡혀 세상사 이야기만 경청했다.

두 번째 방문에선 자신의 역작에 흠집이 생길까를 우려하기도 했다. 사실 그럴 만했다. 직접 자료를 조사하고 현장을 답사하고, 인물 사진을 수합하는 데 수년이 걸렸고, 팔순에 200만여 자의 원고를 손수 입력해 탄생시킨 옥동자가 아닌가. 세 번째 만남이 있고 나서야 연재를 허락했다. 이렇게 해서 제주인물대사전은 ‘제주인물 대하실록’으로 편집돼 현재까지 225회에 걸쳐 독자를 찾아가고 있다.

▲고인은 어린 시절부터 인물에 관심이 많았다. 한글을 배우면서 주변에 책이 보이기만 하면 열심히 읽었다. 김구의 ‘백범일지’ 이극로의 ‘고투’ 이범석의 ‘혈전’ 등을 이때 접했다. 하지만 찾고자 하는 사람은 없었다. 제주인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1947년 제주농업학교(6년제)에 들어가 김두봉의 ‘제주실기’와 김석익의 ‘탐라기년’을 숙독하면서 제주목사ㆍ제주판관ㆍ정의현감ㆍ대정현감을 접하면서 가슴이 뛰었다고 한다.

대학생 시절부터 제주인물에 본격적으로 접근했다. 제주섬 구석구석을 누비며 향토 자료를 찾아다녔다. 교사 생활을 하면서는 국회도서관과 국립도서관에 들러 자료를 축적했다. 자녀들도 인물이나 역사적 현장 등을 담은 사진 등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교직에서 퇴임해서는 2000년부터 ‘20세기 제주인명사전, ‘제주사인명사전, ‘제주항일인사실기’, ‘제주애월읍명감’, ‘제주향토문화사전’을 내놓았다.

▲고인은 생전에 제주인물대사전 편찬 작업을 대장정(大長征)에 비유했다. 그만큼 그 길은 험악하고 고단했다. 가야 할 길이었기에 쉬지 않고 달려야 했다고 회고했다. 참으로 평생을 제주 인물들 사이에서 유영한 ‘제주인물’이다. 그런 거인이 영면에 들었다. 불후의 역작은 대하(大河)처럼 도도히 흐를 것이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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