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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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흰 구슬의 흠집은 갈아서 고치면 되지만 말의 그릇된 흠은 어찌할 수 없다. 가벼이 쉽게 말하지 말고 함부로 지껄이지 마라.

아무도 나의 혀를 붙잡지 못하지만 내뱉은 말을 쫒아가 잡을 수 없다.’

시경(詩經) 대아(大雅)편 ‘억(抑)’에 실려 있는 구절이다.

위정자의 말은 일반 백성들에 비해 아주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고전연구가인 조윤제씨도 그의 저서 ‘우아한 승부사’에서 말과 행동에 대한 공자의 가르침을 소개하고 있다.

공자는 제자 자장이 벼슬자리를 얻는 법을 배우려고 하자 “많은 것을 듣되 의심스러운 것을 빼고(多聞闕疑·다문궐의) 그 나머지를 조심스럽게 말하면 허물이 적다.” 이어 “많은 것을 보되 위태로운 것을 빼고(多見闕殆·다견궐태) 나머지를 조심스럽게 행하면 후회하는 일이 적다”며 “말에 허물이 적고 행동에 후회가 없으면 출세는 자연히 이뤄진다”고 말했다.

위정자나 공직자의 말과 행동이 올바르면 백성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고 신망이 두터워 자연스럽게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다는 뜻이리라.

공자는 또 “길에서 들은 말을 전하는 것은 덕을 버리는 일이다”라고 했다. 사실 확인이 안 된 떠도는 이야기를 마치 사실인양 말하는 것을 경계하라는 의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후 민주당 지도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암시하는 발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석 민심을 전하면서 “‘대통령이 뭘 모르는 것 같아 불안하다.’ ‘이러다가 (대통령이) 임기는 다 채우겠냐’는 얘기를 많이 하셨다”며 윤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앞서 박찬대 최고위원도 지난 8일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렇게 국민을 무시하고 과거 정치적 문법과 신공안시대로 돌이키려고 하는 것은 반드시 국민적 저항을 받게 될 것이고 임기가 보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명계 최고위원들이 이 대표 기소를 야당 탄압으로 보고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뜻으로 한 말이겠지만 너무나 쉽게 대통령 탄핵을 거론하는 것이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오히려 독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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