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뜨르비행장은 제주의 한(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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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서귀포시 대정읍 소재 ‘알뜨르비행장’은 제주 근·현대사의 아픔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대표적 장소다.

일제 강점기인 1926년부터 1930년대 중반까지 중국 침략의 전초기지로 건설됐으며 1937년 중일전쟁 발발 이후 태평양전쟁 막을 내린 1945년까지 80만평 규모로 확장됐다.

당시 일제는 알뜨르 일대의 비옥한 토지를 강탈하다시피 했고 대정읍민들을 비롯한 도민들을 비행장 건설을 위한 강제 노역에 동원했다.

▲알뜨르비행장은 중일전쟁 때는 중국 폭격의 거점으로, 태평양전쟁 때는 일본 본토를 수호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활용됐다.

비행기에 폭탄을 싣고 자살 공격을 하는 가미카제 특공대원들도 이곳에서 훈련을 받았다.

지금도 당시 건설된 훈련용 비행기 격납고 20기 중 19기가 원형 그대로 보전돼 있다.

광복 후에도 알뜨르비행장의 통한의 역사는 이어졌다.

일본군 고사포 진지와 탄약고 등이 있었던 비행장 동북쪽의 섯알오름은 6·25 전쟁이 일어나자마자 예비검속에 의해 민간인 210명이 학살된 곳으로 제주 4·3의 대표적 유적지 중 하나다.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에는 모슬포에 육군 제1훈련소가 설치돼 알뜨르비행장에서 신병들이 훈련을 받고 참전을 했다.

▲알뜨르비행장 일대 ‘제주평화대공원’ 조성 사업은 2005년 노무현 참여정부에 의해 제주가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되면서 그 후속 조치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2007년 기본계획이 수립되고, 이듬해에 사업 계획이 확정됐는데 비행장 일대 185만㎡의 부지에 산재해 있는 격납고와 대공포 진지 등 전적지를 복원하고 평화전시관 등을 건립키로 했다.

하지만 전체 부지의 90%가 넘는 국방부(공군) 소유의 알뜨르비행장 부지(168만2200㎡)의 무상양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지금까지 진척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지난 20일 국회 행정안전위 법안소위에서 국방부 소유의 알뜨르비행장 부지를 10년마다 갱신하며 무상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이다.

이를 시작으로 일제 침탈의 역사, 제주 4·3과 6·25 전쟁의 비극을 모두 안고 있는 알뜨르비행장을 제주평화대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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