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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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청춘이 빠져나가고 나면/ 찬밥 덩어리가 되지만/ 밥솥에서 김이 빠져 나가면/ 따뜻한 밥이 된다/ 시도 때도 없이 밥 먹었느냐고 묻는/ 노모의 끝없는 염려가/ 어디서부터 왔고/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찬밥 되고 나서야 알았다/ 밥은 먹었느냐는 소리 들을 때마다/ 볼에 와 닿는 어머니의 환한 젖무덤/ 오장육부에 고이는 눈물’

이병룡 시인의 ‘눈물 밥’이다.

시인의 나이는 모르겠지만 청춘이 빠져나간 나이인 듯하다.

젊을 때에는 볼 살도 탱글탱글하고 운동을 많이 하지 않아도 근육도 튼튼하다. 피부도 미끈미끈하다. 이게 청춘이다.

쏜살같이 나이가 들면 몸도 마음도 함께 늙는다. 겉으로 보이는 피부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혈관도 나이를 먹는다. 오장육부가 나이를 먹어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나이를 먹어 찬밥 신세가 된 사람들이 이 세상에 좀 많은가. 찬밥 신세가 되고 나서야 만날 때마다 밥은 먹었느냐는 ‘어머니의 밥’ 생각에 눈물이 나는 것이다. 어머니의 밥은 차가워도 좋고 뜨거워도 좋다.

어떤 티끌도 없는 순수 그 자체다.

▲코로나19,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여파로 태어난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를 흔들고 있다.

자연이 주는 바람이나 햇살 빼고는 모든 것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 가난한 이에겐 벌써 겨울이 온 셈이다. 그런 만큼 겨울은 또 길 것이다. 서민들의 한숨소리가 눈에 보인다.

▲특히 돈 없는 대학생들은 먹을 것 걱정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학교 학생 식당의 음식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지금 학생식당 음식 가격이 지난해보다 20%가량 올랐다고 한다.

제주대학교는 지난 7월부터 중식을 4500원에서 5500원으로 올렸다.

또 코로나19로 2년간 중단했던 석식을 2년 만에 제공하면서 3000원에서 6500~7000원으로 인상했다.

제주한라대학교도 2학기부터 중식을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인상했다. 부모로부터 용돈을 받아 음식을 사 먹거나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어 음식을 사 먹는 학생들에겐 슬픈 일이 아닌가. 물론 대학 식당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 대비 배추 가격은 66.5%, 오이 106.5%, 돼지고기는 18.4%, 소고기는 5.0%가 올랐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사랑이 담긴 ‘어머니의 밥’ 대신 돈 걱정에 ‘눈물 밥’을 먹어야 하는 대학생들의 오늘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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