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벼락부자, 벼락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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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부익부 빈익빈’, 코로나19 난국에 제주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하나의 키워드다. 이는 통계로도 입증됐다.

한국은행 제주지역본부가 최근에 발표한 ‘제주지역 가계 순자산 규모 및 자산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으로 도내 가계의 평균 순자산은 4억9000만원이다. 순자산은 전체 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을 말한다. 전국 시도와 비교하면 서울(6억9300만원) 다음으로 많다. 산업도시인 울산과 인천을 추월한 것도 눈에 띈다.

이는 토지와 건물, 아파트 등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실물자산의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도내 가계의 실물자산 비중은 84.4%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금융 자산은 15.6%에 그치고 있다. 순자산 상위 10%는 23억5000만원, 상위 25%는 14억1100만원을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열풍 덕에 ‘벼락부자’가 된 것이다. 반면에 하위 25%는 1510만원, 10%는 161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이들은 수입이 줄기보다는 부동산이 없어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벼락거지’ 신세가 됐다.

▲부익부 빈익빈은 청년 세대로 이어지고 있다. 도내 2030 청년세대 상위 25% 그룹과 하위 25% 그룹 간 자산 격차는 무려 64배에 이른다. 전국의 30.8배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상위 그룹의 순자산 규모는 자신의 소득 대비 6.2배에 달했다. 월급 등 개인의 수입으로 자산을 만들었다기보다 부모 덕이 크다. 부모 재산에 따라 자녀의 경제적 지위가 금·은·동·흙수저로 결정되는 이른바 ‘수저 계급론’이 제주 사회에도 뿌리내렸다.

상속·증여가 전체 자산 형성에 기여한 비중이 커졌다는 것은 상속세와 증여세의 변동을 보면 알 수 있다. 상속세는 2017년 548억원에서 지난해 942억원으로, 증여세는 160억원에서 402억원으로 상승했다. 부자 아빠의 자녀는 가만히 있어도 부자가 될 확률이 높지만, 가난한 아빠의 자녀는 ‘노력’에 ‘노오력’을 해도 부의 사다리에 올라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소득보다 물려받은 자산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부의 불평등은 깊어진다. 그런 사회에서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에 이어 집·인간관계를 더한 ‘5포 세대’가 되고, 무한대로 포기한다는 ‘N포 세대’가 등장한다.

도민들은 이런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하는지 오영훈 도정에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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