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약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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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처음엔 메스암페타민 같은 각성제로 시작하죠. 피곤함을 잊고 살찌는 걸 막기 위해서요. 다음엔 엑스타시에요. 패션쇼의 여흥을 만끽하기 위해서죠. 그리곤 눈이 더 초롱초롱해지도록 코카인의 힘을 빌리고, 겉만 화려한 삶의 허망함을 잊고자 LSD에 손을 대지요. 마지막엔 헤로인을 찾아요. 헤로인에 빠지면 거짓말도 서슴지 않고 환각을 더 얻기 위해 목숨까지 내놓으려 들지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에서 세계적인 톱모델 나타샤가 털어놓은 마약중독 과정이다.

마약은 통증을 잊게 하고 기분을 좋게 한다. 문제는 중독성이다. 한번 빠지면 벗어나기가 쉽지 않고 정신과 육체가 피폐해진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는 세계적으로 한 해 3100만명이 치료가 필요한 부작용에 시달리며, 마약으로 인한 직접 사망자는 45만명으로 추산했다.

▲‘악마의 약물’로 불리는 마약은 크게 세 가지로 대별된다. 억제제(아편·헤로인), 환각제(대마초·엑스터시), 흥분제(필로폰·코카인) 등으로 나뉜다.

아편은 양귀비 꼬투리 수액을 말린 덩어리다. 고대 수메르인은 양귀비를 기쁨을 주는 식물로 여겼다. 쾌락 속에 죽음을 맞이하려는 사람들에겐 ‘최고의 묘약’으로 통했다. 대마초로 알려진 마리화나는 인지 작용을 변화시켜 감각의 왜곡을 가져오고 헛것이 보이는 착란 증상까지 유발한다. 필로폰은 말초신경을 흥분시켜 긴장 상태를 유지시키고 근거 없는 자신감을 치솟게 해준다.

파티에선 흥분제, 예술인은 환각제, 우울하고 희망이 없는 이들은 억제제를 사용한다는 것이 그간의 연구 결과다. 모두 찰나의 쾌락과 지옥의 고통을 함께 주는 무서운 약물들이다.

▲우리나라도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손쉽게 마약을 살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실제 트위터·텔레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는 지금도 마약 광고가 버젓이 올라 있다. 판매상들은 퀵서비스나 화물로 보내줄 수 있다고 유혹하고 있다.

실제 마약 유통이 크게 증가했다. 경찰청이 올 들어 6월까지 검거한 마약 사범은 5988명으로 전년 대비 17% 늘었다. 제주에서도 75명을 검거하고 이 중 17명이 구속됐다. 호기심으로 마약을 시작해 학교를 등진 대학생, 꿈을 잃은 아이돌 연습생, 대기업에서 잘린 직장인 등 자신을 파멸로 밀어 넣은 경우가 숱하게 많다. 마약사범 검거에 더 고삐를 죄야하는 이유다. 치명적 유혹에 맞서는 자기 절제와 인내 또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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