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고동수 논설위원

밝은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에 슬픔과 분노 같은 감정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해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라고 한다. 늘 웃는 얼굴로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감정노동자들이 겪는 비애다.

이와 관련해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연구진이 가짜 웃음에 대해 흥미로운 연구를 한 적이 있다. 그 결과 고객 앞에서 거짓으로 웃어야 하는 사람은 술을 많이 마신다고 분석했다. 부정적인 기분을 감추고, 애써 긍정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행위가 퇴근 후 과음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과음의 원인으로 업무 중에 진짜 감정을 통제하면서 자제력을 소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선 화가 난 고객을 응대하는 감정 노동자는 일반 노동자보다 수면장애 위험이 최대 6배까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들은 마음뿐만 아니라 몸도 아프다. 인제대 백병원이 예전에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수행한 근로환경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감정노동자의 2명 중 1명 이상이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했다.

▲최근 ‘제주 관광산업 노동자 실태조사 보고 및 토론회’에서 나온 도내 관광업 종사자의 사례도 시선을 끈다. 장귀연 노동권연구소 소장이 28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드러나듯 그들은 일터에서 웃고 있지만 웃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10명 중 7명은 고객으로부터 인격적 모독을 당했고, 폭언·욕설을 경험했다. 5명은 성희롱 또는 성추행당했다고 했다. “관광이나 휴양하러 온 고객들이 대접받을 것을 기대하면서 과도한 요구를 하고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서비스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화풀이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관광 1번지의 어두운 구석이 아닐 수 없다.

이런데도 고객의 괴롭힘에 대한 직원 보호조치가 미비한 것은 문제다. 아직도 ‘고객은 왕이다’라는 케케묵은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야단치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울 수밖에 없다. 직장인 5명 중 4명은 자신을 감정노동자라 생각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관광종사자만의 문제는 아닐 듯싶다.

▲오늘(18일)은 소위 감정노동자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시행한 지 4년이 되는 날이다. 고객의 갑질을 권리 주장으로 포장할 수는 없다. 존중받으려면 상대를 존중할 줄도 알아야 한다.

살다 보면 자신이 ‘을’도 될 수 있다. 영원한 갑은 없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