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것만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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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가짜뉴스가 일반명사가 된 지 오래다. 한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용어는 독재자에 의해 만들어졌다. 1920년대 독일 히틀러가 반유대주의를 비판하는 언론을 ‘거짓말쟁이 언론(뤼겐프레세)’이라고 표현한 게 시초다.

그러다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이 용어를 끄집어 내 주목을 끌었다. 트럼프는 자기에게 조금만 해로운 뉴스면 ‘뤼겐프레세’를 영어로 옮긴 ‘페이크 뉴스’라고 몰아세웠다. 그때부터 ‘페이크 뉴스’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꾸며낸 뉴스’로 정의되면서 전 세계에 확산됐다.

▲트럼프가 언급한 ‘페이크 뉴스’는 그즈음 국내에선 가짜뉴스로 명명됐다. 2016년 탄핵 정국과 2017년 조기 대선을 거치면서 기짜뉴스는 사람들에게 점차 퍼졌다. 이후 가짜뉴스는 우리에게 일상화되어 버렸다. SNS의 보편화로 시간과 거리의 장벽이 없어져서다.

그런 과정을 통해 가짜뉴스는 색다른 모습을 보인다. 굳이 뉴스 형태가 아니어도, 의도적으로 조작된 정보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의 입맛에만 맞으면 쉽게 유통되고 있는 게다. 때론 정치ㆍ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들에게 불리하면 가짜뉴스로 매도하고 재창작까지 한다.

▲2016년 옥스퍼드사전은 그해 세계의 단어로 ‘탈진실’을 선정했다. 그 뒤 가짜뉴스는 ‘탈진실 시대의 산물’이 되었다. 진실이 무엇인지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맹목적으로 믿거나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진실로 받아들인다는 거다.

거기엔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확증편향’이 자리한다. 사람들이 수많은 뉴스 중, 설사 가짜뉴스라도 본인의 믿음이나 취향에 맞는 뉴스를 선택하는 건 그 때문일 게다. 다시 말해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거다.

▲가짜뉴스의 횡행엔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이 크게 한몫한다. 알고리즘은 주어진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 방법, 명령어를 모아놓은 것이다. 해서 이용자가 자주 접했던 내용을 중심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한다. 즉 이용자가 자주 찾고 좋아하는 내용물만 보여주는 것이다.

그로 인해 발생한 부작용이 이른바 ‘필터버블’이다. 이는 이용자가 필터링 된 특정의 정보만을 편식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야말로 ‘편견의 거품 속에 갇히는 것’이다. 결국 잘못된 사실도 진실처럼 믿게 되는 이유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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