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이기는 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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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중년 이상 세대라면 학창시절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게다. 친구들끼리 연예인에 관한 떠도는 소문을 며칠 간 소곤소곤 얘기했던 경험 말이다. 그 시절 입소문은 자고 일어나면 꼬리를 물고, 여기저기 퍼졌다. 그러다가 어느날 사실이 밝혀지면 그저 헛소문이었다며 별 생각 없이 지나치곤 했다.

한데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소문의 유포 속도가 과거에 비해 매우 빨라졌다. 그에 더해진 게 스마트폰의 보급 확산과 SNS의 발달이다. 특히 SNS는 소통의 도구로 활용되면서 모든 것들의 속도를 더욱 빠르게 했다. 거기엔 가짜뉴스도 해당한다.

▲주목되는 건 가짜뉴스가 진짜뉴스보다 더 빨리, 더 널리 퍼진다는 점이다. SNS상에서 가짜뉴스의 위력을 보여주는 실증 자료가 이를 증명한다. 2018년 3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 연구에 따르면 가짜뉴스의 전파 속도는 진짜보다 6배 빨랐다.

연구는 2016~17년 사이 300만명 이상이 450만회 이상 트윗한 12만6285건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트위터 사용자 1500명에게 도달하는 데 가짜뉴스는 평균 10시간이 걸렸다. 반면 진짜뉴스는 60시간이 걸렸다. 또 가짜뉴스는 진짜에 비해 평균 35% 많이 퍼졌고, 리트윗되는 횟수도 70% 많았다.

▲가짜뉴스의 파급력은 대단하다. 이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2016년 미 대선이다. 당시 페이스북에 가장 많이 공유된 기사 5개 중 4개가 가짜뉴스였다. ‘프란체스코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1위)거나 ‘힐러리가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에 무기를 팔았다’(3위) 등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됐다.

뉴스 웹사이트로 유명한 ‘버즈피드’의 분석은 충격적이다. 대선 전 3개월간 중 가짜뉴스가 유튜브, 페이스북 등 인터넷에 공유된 수는 871만건으로, 주요 언론사 뉴스의 인터넷 공유수인 736만건을 앞섰다는 거다. 그야말로 가짜가 진짜를 이긴 셈이다.

▲그렇다면 왜 가짜뉴스가 더 잘 퍼지는 걸까. 그 답은 바로 새로움과 놀라움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인간의 성향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현상이나 대상을 볼때 느끼는 감정이 사람들의 주의력을 끌어 확산을 부추긴다는 거다. 남들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다는 지적 우위감도 크게 작용한다.

가짜뉴스가 대부분 사실관계 확인이 쉽지 않은 자극적인 내용물로 채워지는 이유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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