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참마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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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읍참마속(泣斬馬謖)은 ‘울면서 마속의 목을 쳤다’는 뜻으로 대의(大義)를 위해서는 사정(私情)을 물리쳐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당사자인 마속(馬謖)은 사람들이 ‘백미(白眉)’라고 부른 마량(馬良)의 동생이다. 삼국지에 따르면 마속은 재능과 위엄이 있고, 군사 전략에 능하며, 제갈량이 깊이 신임했다고 한다.

제갈량은 북방의 위(魏)를 쳐서 중원(中原)을 수복하기 위해 1차 북벌에 나섰다. 이때 요충지인 가정(街亭)을 사수하겠다고 나선 것이 마속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임무인 적의 길목을 지키는 것을 망각하고, 산 위로 기어 올라가 군영을 세운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보면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었지만, 스스로 퇴로를 차단해 고립을 자초하고 만다. 결국 그는 적에게 포위돼 대패했고, 제갈량의 대업은 실패로 돌아갔다. 제갈량은 자신이 총애하는 부하였지만, 군법을 어겼으므로 참형에 처할 것을 명했다.

▲읍참마속은 그 후 많은 논란을 낳았다. 제갈량이 왜 마속을 죽여야 했느냐부터 ‘승패는 병가지상사’인 시국에 과연 목숨을 거둬야 할 만큼의 잘못을 저질렀느냐 등에 대한 물음이다.

삼국시대가 지난 동진(東晉) 시대 역사가인 습착치의 ‘양양기(襄陽記)’에 따르면 마속의 처형이 전해지자 촉한의 고위 관료였던 장완은 제갈량을 찾아가 “지금 천하는 아직 안정되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귀히 여기고 써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럴 때 걸출한 인재를 죽였으니 너무나 애석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습착지 역시 “촉한은 원래 약소하고 인재도 드물다. 그런데 뜻밖에 뛰어난 이를 죽였다. 이렇게 사람을 쓰면서도 대업을 이루려 생각하는 것은 상당히 곤란한 일이 아니겠는가”라며 제갈량의 처사를 비판했다.

사실 촉한의 상황을 보면 이런 비판은 설득력이 있다. 난세의 간웅이자 치세의 능신인 조조가 기틀을 마련한 위나라엔 인재들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촉한을 능가했다. 하지만 제갈량은 리더의 입장에서 팀워크를 깬 행위를 용납했다간 내분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읍참마속은 인사권자의 숙명이다. 비위나 실책의 정도에 상관없이 민심 수습을 위해 수족을 쳐내야 할 때가 있다.

이태원 참사에 따른 책임자를 문책하라는 여론이 비등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할까. 타이밍이 중요하다. 너무 지체된 조치는 약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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