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역에 산재해 있는 360여 개의 오름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연과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는 3대(代)의 가족이 한 곳에 모여 있는 오름이 있다.
바로 제주에서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을 정도로 유명세가 높은 따라비오름과 주변에 있는 장자오름, 모지(모자·母子)오름, 새끼오름 등 4개의 오름군(群)이다.
따라비는 따애비, 땅하래비 등으로 불리다 후에 ‘따라비’로 불리 우는데, ‘땅할아버지’로 넷 중 으뜸이다. 그리고 그 아들인 장자(長子)오름, 장자의 아내와 아들인 모자(母子)오름. 새끼오름은 장자오름의 동생으로 알려져 있다.
장자오름은 표선면 성읍리에 위치해 있으며 표고 215.9m, 비고 31m의 원추형오름이다. 오름으로 불리기에는 낯 부끄러울 정도로 낮은, 언덕 수준의 오름이다. 반면 모지(모자)오름은 표고 305.8m, 비고 86m로 장자오름보다 훨씬 높고 넓이도 크기 때문에 장자오름이 모자오름의 아들이라는 설(說)도 있다.
장자오름은 따라비오름에서 동쪽으로 약 2㎞ 떨어진 지점에 위치해 있다.
따라비오름에서 봤을 때 장자오름은 비고가 너무 낮아 오름인지도 모를 정도다. 따라비에서 장자오름을 향해 무작정 직진(直進)해서 찾아갈 수 있으나, 곳곳에 목장과 농경지의 경계숲과 철망 등을 거쳐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번영로에서 찾아가는 방법이 훨씬 편하다. 제주시에서 표선 방향으로 진행 중 성읍2리 교차로를 지나 서하교차로 도착 즈음에 ‘모지오름’ 안내 도로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안내판을 따라 차량을 이동하다 보면, 한 목장 철문이 차량 진행을 가로 막는다. 주변에 주차 후 왼쪽으로 보이는 야트막한 언덕이 장자오름이다. 낮은 자세로 농경지 경계인 철조망을 통과해야 한다.
철조망을 통과했지만 역시 온갖 잡목과 가시덤불이 탐방객을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듯 싶다.
다행히 오름 주변과 정상에 묘지가 있어 철마다 찾는 벌초객과 마소(牛馬)들이 다녔던 길을 찾아 어렵지 않게 정상에 도착.
정상부는 가시덤불과 덤불 사이로 벌초객과 마소가 다녔던 흔적만 보일 뿐 별다른 볼거리는 없다.
하지만 낮은 곳에서 아버지 따라비오름을 우러러 보고, 바로 옆에 있는 아내와 자식(모지오름)을 자상한 모습으로 다정스럽게 바라보며 지켜주는 장자오름. 볼품은 없지만 그 의미만으로도 충분하다.
따라비를 중심으로 모여 있는 오름 중 가장 키 낮은 오름인데도, 장자(長子)라는 이름이 부여된 것은 아마도 가장이기에 짊어져야 하는 삶의 무게 때문은 아닐까?
조문욱 기자 mwcho@jejunews.com
146. 장자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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