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사망, 마지막 길이라도 존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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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제주시 양지공원 제례실에는 영정사진 없이 위패만 모신 80대 노인의 단출한 제사상이 차려졌다. 돌봐주는 사람 하나 없이 홀로 죽음을 맞은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공영장례로 진행한 것이다. 경제적인 이유로 유족들이 시신 인수를 포기해 취해진 조치다. 비록 삶은 힘들고 고독했을지라도 떠나는 길을 돌봤기에 세상에 미련을 두지 않고 영면했을 것이다.

삶의 벼랑 끝 위기에서 외로운 죽음을 맞는 무연고 사망자가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제주지역 무연고 사망자는 2017년 61명, 2018년 46명, 2019년 48명, 2020년 72명, 2021년 61명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서도 87명이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전국적으로도 매년 3000명 안팎에서 규모가 느는 추세다.

고령의 1인 가구 증가로 갈수록 고독사가 느는 추세다. 그간 고독사는 장례 치러줄 이가 마땅치 않아 곧바로 화장을 했다. 이에 제주도는 장례의식 없는 화장은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판단에서 지난해 7월 ‘공영장례 지원 조례’를 제정, 사회적 책무의 지원을 시작했다. 장례 1회당 최대 160만원 범위에서 지금까지 116건의 공영장례가 치러졌다. 인간 존엄의 가치를 생각게 하는 바람직한 조처라고 본다.

무연고 사망은 고독사의 유형으로 행정기관이 아니면 시신마저 수습할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빈부 격차와 1인 가구의 급증 등의 사회 변화에 우리의 복지시스템이 따라잡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10대 경제대국의 위상에 걸맞게 연령과 소득 수준을 초월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걱정인 건 홀몸 가구가 앞으로 더 증가할 거라는 데 있다. 제주의 1인 가구는 현재 8만9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2.7%를 차지한다. 혼자서 죽음을 맞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저소득 1인 가구에 대한 이웃 관계망 구축에 집중하고, 현행 복지 체계에 허점은 없는지 재점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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