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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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주 칼럼니스트

임인년 한 해가 저물어간다. 이맘때가 되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 모임으로 분주하다. 인연으로 엮인 사람들끼리 모여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회포를 푼다. 친구나 친목 모임일 수도 있고, 직장 동료나 동문 동창일 수도 있다. 인연으로 엮인 모임이 많은 사람은 송년 모임이 고역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인연에 얽혀 산다. 잠깐 스쳐 지날 인연도 있고, 지속해서 얽혀 살아야 하는 인연도 있다. 평생을 같이하는 가족이라는 인연에서부터 친구, 친척, 이웃, 직장 동료, 동창, 선후배, 이런저런 모임의 구성원들이다. 그중에는 좋은 인연도 있지만 악연도 있다. 어쩌면 삶과 인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 할 수 있다.

불경에 따르면 모든 것은 인(因)과 연(緣)이 합해져서 생겨나고, 인과 연이 흩어져서 사라진다. 인은 원인을 말하며, 연은 원인에 따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즉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따른다는 말이다. 그러니 인연에 따라 삶의 양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좋은 인연은 좋은 삶으로 인도하고, 나쁜 인연은 나쁜 삶으로 몰아간다.

내 지인 중에 친구로 인하여 참담하게 살다 생을 마친 이가 있다. 친구의 빚보증 때문이다. 친한 친구이니 설마 어쩌랴 싶었는데, 그 설마가 자신의 인생을 망쳐버렸다. 친구의 엄청난 빚을 대신 끌어안고 오랜 세월 동안 월급까지 압류당하며 처자식까지 빈궁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에 대한 자책감 때문일까? 결국, 제명대로 살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처자식 또한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설움과 가난의 멍에를 오랫동안 짊어져야 했다.

이런 경우는 드물지만 누구나 겪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래서 예부터 가정교육에서 중요하게 여겼던 것 중 하나가 친구 사귀기다. 친구라고 해서 다다익선(多多益善)이 아니라는 취지에서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좋은 인연이 되도록 노력하는 게 좋지만, 스쳐 지날 인연이라면 무심코 지나쳐 버리는 게 낫다.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만나는 사람들과 헤프게 인연을 맺어 놓으면 진정한 인연을 맺는 데는 실패한다. 주위에 사람은 많은데 정작 서로 의지하며 지낼만한 친구다운 친구는 만나지 못한다. 그렇다고 친구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선현들의 삶을 돌아보면 가장 바람직한 삶은 내 인생에 나를 위한 시간을 그 무엇보다 많이 할애하는 삶이다. 남과 더불어 살아가면서도 자신만이 추구하는 뭔가를 하는 삶이다. 그것과 동고동락하며 삶의 보람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멋모르고 살 때는 기회와 사람을 붙잡으려 무던히 애를 쓴다. 그렇지만 삶의 연륜이 쌓이다 보면 인연은 노력만으로 좌우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좋은 인연은 부지불식간에도 서로 마음이 통해야 한다. 살아가면서 나에게 맞지 않는 인연이나 마뜩찮은 상황은 언제든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맺기도 어렵고, 정리하기도 쉽지 않은 게 인연이다. 그래서 인연 때문에 울고, 웃는 게 우리의 삶이며 인생이다. 요즘의 비혼 트렌드나 이혼율이 높은 것도 좋은 인연이라 할 수 있는 소울메이트를 만나지 못한 때문일 수도 있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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