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이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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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글을 쓴다는 건 어떤 직업을 갖든 필수적으로 지녀야 할 기본소양이다. 글쓰기에 자신이 없다면 자신 의견을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물며 그것이 오랜 기간 신문 밥을 먹어 온 기자라면 두말할 나위 없다.

솔직히 글을 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어휘는 물론이고 맞춤법과 문맥에 이르기까지 늘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더구나 신문의 사설이나 칼럼 등은 눈앞의 현안과 이슈에 대한 깊이와 통찰을 필요로 한다. 문장 하나를 쓰더라도 머릿속 창고에서 최적의 표현을 찾아내는 작업이 녹록지 않다.

그러니 글을 쓰는 과정서 늘 심리적 압박에 휘달리기 일쑤다. 잘 써지지 않을 땐 몇 줄의 진척도 없이 글은 천리 밖으로 달아나고 만다. 심지어 마감에 쫓겨 전전긍긍하는 꿈에 부대끼는 것도 숱하다.

▲그렇게 신문기자로서 32년 6개월을 보내며 예순의 초로(初老)에 들어섰다. 그중 6년 가까이를 논설실에서 사설·칼럼을 짊어졌다. 수습기자에서 출발해 편집국장과 논설위원으로 마무리하는 동안 나의 이력은 단 한 줄 ‘제주일보 기자’다.

30여 년을 기자로 살아오며 어찌 소회가 없었겠나. 2012년 겨울. 가정으로 치면 아버지 같은 존재, 사주에 의해 67개 성상을 이어온 회사가 부도 사태에 직면했다. 당시 직원들은 참담한 상황에서도 맨몸으로 버티며 신문사를 회생시켜 오늘에 있게 했다.

또한 글을 쓸 땐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생각할 거리를 주자는 마음이었다. 현업서 뛸 때 나름 절제한다고 했지만 본의 아니게 비판의 칼을 휘둘렀을 수 있다. 당사자들에게 상처가 됐을 수 있기에 회한으로 다가온다.

▲100세 시대라는데 그저 반갑지만은 않다. 나이 육십이 되고 보니 항산(恒産)은 불안정해지고 고뇌는 깊어진다. 은퇴 시점을 종착역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이모작을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잡을 것인지는 오롯이 나의 몫일 터다.

돌이켜 보면 20대 후반 패기 하나로 홀로 섰다. 이순(耳順)이 된 지금은 마음을 나눌 내 편이 곳곳에 포진해 있지 않은가. 이쯤에서 만절(晩節)이라는 말을 반추해 본다. 나이 들어서도 절개를 잃지 않고 더욱 소중히 여긴다는 그 의미를 가슴속에 새긴다.

이달 말 정년을 앞둬 오늘 이 글을 끝으로 펜을 내려놓는다. 오랫동안 초름한 저를 성원해준 가족과 친구, 동료 여러분 그리고 독자들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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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표 2022-12-16 08:09:32
수고하셨습니다.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