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네 책방, 연대 통해 자생력 키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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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작은 책방 22개 연대해
제주동네책방네트워크 구성
'제주산책_冊' 축제 개최해
전시·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프로그램 호응 얻어
지난해 11월 22일 신경숙 작가 초청 아버지에게 갔었어 낭독&북토크가 열린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 시인의집에서 방문객과 신경숙 작가, 손세실리아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2일 신경숙 작가 초청 아버지에게 갔었어 낭독&북토크가 열린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 시인의집에서 방문객과 신경숙 작가, 손세실리아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주의 작은 책방들이 책을 판매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연대를 통해 자생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2022년 봄 출범한 비영리법인 제주동네책방네트워크(대표 손세실리아)의 그림책방&카페노란우산, 헌책방 동림당, 고요산책, 아무튼책방, 오줌폭탄, 시인의 집, 한뼘책방, 북스페이스 곰곰, 북살롱이마고, 어나더페이지, 그리고서점, 책방 소리소문, 카페동경앤책방, 애월책방 이다, 보배책방, 달·책·빵, 책약방, 소심한책방, 책자국이 그 주인공이다.

제주 전역에 퍼져있는 22개 책방은 문화체험, 공연, 특강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도민과 제주를 찾은 관광객에게 즐거움을 선물하고 있다.

제주동네책방네트워크가 주최한 제3회 책섬 제주산책_冊 포스터.
제주동네책방네트워크가 주최한 제3회 책섬 제주산책_冊 포스터.

▲연대로 완성된 책섬[썸ː] ‘제주산책_冊’=동네 책방이 연대해 올해로 3회를 맞이한 책방 축제 책섬[썸ː]은 제주산책_冊이라는 타이틀 아래 예년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됐다. 2회까지는 예비 문화도시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기획과 연출만 책방이 맡고 나머지 실무와 집행은 다른 기관이 집행해 협업해 왔지만 2021년 말 제주시의 문화도시 선정이 무산되면서 3회인 제주산책_冊은 제주특별자치도의 추경예산과 각 동네 책방의 자부담금으로 어렵게 이어가게 됐다. 참여 책방이 저마다의 지혜를 모으고 발로 뛰고 회의를 반복해가며 이뤄낸 제주산책_冊은 제주를 두 발로 걷는다는 ‘산책’과 제주에서 구입한 책이라는 ‘산 책’의 의미가 중의적으로 담겼다.

제주산책_冊은 제주동네책방네트워크 소속 19개의 책방이 참여해 지난해 11월 5일부터 11월 30일까지 26일간 풍성한 행사들로 진행됐다.

지난해 11월 27일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보배책방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여자로 쓴다는 것 제주 여성 작가 3인의 북수다가 열렸다.
지난해 11월 27일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보배책방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여자로 쓴다는 것 제주 여성 작가 3인의 북수다가 열렸다.

제주시 삼도2동의 ‘헌책방 동림당’에서는 ‘저자 친필 서명본 시집(詩集) 800종 특별전’이 열렸고 애월읍 수산리 ‘그리고서점’에서 ‘애월 수산리 문화 사랑방 그리고 서점’이라는 환경독서 골든벨과 이어령 선생의 마지막 수업 낭독회가 진행됐다. 또 이도1동 ‘고요산책’에서는 ‘그림책 작가 최향량과의 북토크&워크샵’이 열렸고 조천읍 조천리 ‘시인의 집’에서는 ‘신경숙 작가 초청 아버지에게 갔었어 낭독&북토크’, 애월’, 애월읍 납읍리 ‘보배책방’에서는 ‘여자로 산다는 것, 여자로 쓴다는 것 제주 여성 작가 3인의 북수다’ 등이 진행돼 방문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 밖에도 제주동네책방네트워크는 제주산책_冊을 진행하며 문화공간으로서 존중받기 위한 ‘책방 에티켓’도 마련했다. 에티켓을 정하기까지 읽다가 파손된 책에 대해 나 몰라라 하는 사람, 필요한 부분만 사진으로 찍어가는 사람, 상당 부분을 읽고 난 다음 할인과 포인트 적립이 가능한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겠다는 사람 등 다양한 방문객이 있었다.

이에 책방지기들은 머리를 맞대어 ‘완독은 구입 후 즐겨~요’, ‘인생샷보다 인생책을 먼저 발견해~요’, ‘책방이 있는 동네에 머무르세~요’라는 3가지 책방 에티켓을 만들었다.

자칫 딱딱해 보일 수도 있지만 운율을 살려 재치 있게 표현해낸 덕에 책방을 찾은 방문객들도 불편함 없이 에티켓을 존중하고 있다.

▲책방을 넘어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지원 절실=제주동네책방네트워크는 문화 축제를 통해 책방이 책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하나의 문화예술공간이 되고 있다고 자평한다. 책방을 찾은 방문객들도 특별한 전시전,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행사를 경험하며 책방의 정의를 함께 확장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책방이 문화예술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지원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18년 4월 지역 서점들의 경영안정과 경쟁력을 강화해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문화공간으로 서점을 활용하기 위해 ‘지역서점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마련했다.

조례에 따라 제주도는 지역 서점의 경쟁력 강화, 경영과 시설개선, 자금 지원 등에 대한 지원계획을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 덕분에 책방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한 공공 지원 프로그램이 속속히 나오고 있지만 예산 현실화 등 개선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책방은 경영 구조상 책을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이익을 내기 어렵다. 반면 대부분의 공공 지원 프로그램이 인건비와 공간 사용료 등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책방지기들은 문화예술공간의 역할을 책방이 수행하고 있는 만큼 책방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문화 사업을 추진하고 싶지만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지원받지 못하는 책방이 여럿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독서문화진흥을 위해 소외되는 책방이 없도록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해 다양한 사업을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손세실리아 제주동네책방네트워크 대표.
손세실리아 제주동네책방네트워크 대표.

▲손세실리아 제주동네책방네트워크 대표 인터뷰

“나의 심미안(審美眼)은 책으로부터 왔다.”

겨울 바다의 파도가 굽이치는 12월의 끝자락 시인의 집에서 만난 손세실리아 제주동네책방네트워크 대표는 “사라져가는 책방이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힘줘 말했다.

손 대표는 “책방지기들은 종이책이 주는 묵직한 힘을 알기에 큰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누구나 책을 가까이할 수 있도록 책방 운영에 열과 성을 다하는 이들”이라고 표현했다.

책이 주는 매력이 무엇이길래 그토록 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일까. 손 대표는 책을 통해 ‘심미안’을 넓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책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세계와 마주하고 남들과는 다른 안목을 가질 수 있다”며 “책을 멀리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현대 사회에서 책을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 간의 변별력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책을 가까이하는 데 동네 책방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책방이 유지되기 위해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책방지기들이 밤낮 할 것 없이 준비한 행사들이 책방 운영에도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예산 현실화가 필요하다”며 “다가올 2023년에는 조금 더 동네 책방에 대한 지원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의 지원 덕분에 무산될 위기에 놓였던 제주산책_冊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며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기에 욕심을 내고 더 다양한 책방들과 풍성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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