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 보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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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사노라면 뜻밖에 가슴 뛰는 일을 만나는 수가 적지 않다. 사람의 일이란 것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실마리들로 엮여 있다는 얘기가 되는가. 따라서 알락달락하고 크고 작은 문양을 아로새기기도 하니, 그래 저래 인간사는 아름다운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디지털시대로 급진하면서 인간적인 교감이 조금씩 파괴돼 가고 있는 것은 쓸쓸함을 너머 커다란 손실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아쉬운 대목이라 시시때때 그런 경우를 만나면 가시처럼 마음에 걸리기도 한다. 일례로, 해가 바뀔 무렵이면, 성탄절서부터 새해에 이르는 ‘축하’의 메시지가 넘쳐났다.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가 바로 그것이다. 축하의 대상이 성탄과 새해다. 사람들은 종교를 초월해 축하의 마음을 주고받았고, 세상은 신의 은총과 기쁨으로 충만했다.

성탄절은 별반 다름이 없으나, 새해를 축하하는 의례나 인사는 크게 달라진 것 같다. 설이 양·음력을 오가 이중과세로 흐르면서 헷갈리더니, 결국에 그저 그렇게 인식이 돼 버리지는 않았는지. 그렇게 주춤하는 바람에 ‘연하장’을 보내던 양속(良俗)마저 슬며시 사라져 버린 게 아닌지. 눈을 씻고 문구점을 둘러봐도 좌판엔 연하장 카드가 종적을 감춘 지 오래다. 새해를 맞이하며 의당 치러야 하는 의례로 해 오던 절차 하나가 빠져나간 느낌이다. 번거로워도 예의는 갖춰야 도리가 아닌가. 그 뒤로 메일과 문자메시지가 한동안 대신하더니 요즘엔 그마저도 흐지부지해 간다.

이전처럼 손으로 꾹꾹 눌러쓴 인사말을 담지 않을 바엔 차라리 않느니만 못하니, 마음에서 멀어진 것이리라. 인간이 메커니즘의 지배를 받는 건지도 모른다.

지난 8일날, 한 여류수필가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실은 사연이 있었다. 건강이 안 좋아 이태 전 그만뒀지만, 사회복지법인 ‘춘강’에서 15년간 문학 강의를 진행했었다. 주로 장애인을 대상으로 했던 문학 동인 ‘글사모’. 꽤 열심히 읽고 써 10명에 이르는 수필가를 배출하는 나름의 결실을 거두는 성과가 있었다.

그중, 「제주일보」 ‘사노라면’에 필진으로 오랫동안 글을 쓰던 홍*진 수필가, 갑자기 급성 당뇨를 앓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마침 《문학秀》로부터 문학상을 받게 돼 수상작이 실린 책(2023,1·2월호)를 우송했다. 워낙 글을 잘 쓰고 책을 좋아하므로 위로의 뜻을 담았다. 홍 수필가에게서 메일이 왔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보내주신 《문학수》를 곁에 두고 있습니다. 소중한 선물 감사합니다.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력’과 수상 소감을 읽다가 선생님 사진에 눈이 멈췄습니다. 그리고 간절한 바람을 담습니다. ‘더 이상 주름이 늘거나 깊지 말았으면, 저 온화한 미소 계속 머물고 있었으면….’

늘 건강하십시오. 선생님의 칼럼을 읽으며 선생님의 안부를 살핍니다. 어느 날 읽은 글에선 힘이 느껴져 안심하고, 어느 날 접한 글에선 우울을 느껴 슬퍼지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올 한 해도 선생님께서 유쾌한 날이 많았으면 합니다. 선생님이 행복하면 선생님을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할 테니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꾸뻑.”

연하장이 부활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복을 혼자 차지한 기분이었다. 홍*진 작가가 쾌유해 ‘사노라면’에서 좋은 글로 또 다시 만나게 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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