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물의 전쟁’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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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구, 박사(지하수학)·제주도개발공사 R&D혁신센터장

‘화성에서 물을 찾았다.’ 2018년 7월, 이탈리아 연구팀은 화성에서 지름 20㎞ 규모의 호수를 발견했다고 세계 최고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4년 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에서는 화성에서 물을 찾지 못했음을 보고했다. 인류가 제2의 지구로 화성을 선택한 순간부터 화성에서 물의 존재는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물은 생명 존재의 증거이고 생명 유지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지구의 물은 바닷물(97.5%)과 민물(2.5%)로 구분된다. 민물은 만년설·빙하 69.6%, 지하수 30% 및 지표수 0.4%로 이루어져 있다. 만년설과 빙하는 고체상태로 쌓여 있어서 직접 이용 가능한 수자원은 지하수와 지표수다.

물은 인간에게 생명을 부여한다. 인체 수분의 12%가량 손실되면, 혈액에 녹아 있는 산소와 영양분이 제대로 운반되지 못해 사망에 이른다. ‘333 생존법칙’에 따르면, 사람은 음식 없이 3주 이상 살 수 있어도 물 없이는 3일 이상 살기 어렵다.

물은 문명을 일으키고 문화를 만들고 산업을 이끌어 왔다. 세계 4대 문명은 나일강 등 농사짓기 쉬운 큰 강 주변에서 발생했다. 물을 끓여 동력을 만드는 증기기관 발명은 18세기 산업혁명을 일으켰다. 물은 독특한 음식문화도 만들었다. 중국 차와 유럽 맥주는 좋지 않은 수질 문제로 생겨났다. 우리 선조들도 물의 중요성을 간파했는데,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34가지 물이 종류별로 쓰임이 다르다’고 했다. 예술과 철학 분야에서 물은 창작과 사유의 원천이기도 하다. ‘물 흐르듯 살라.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라는 도가의 말은 물의 속성을 삶의 철학에 비유한 경구다.

물은 땅 밑과 위에서 지구 구석구석 흐른다. 물길이 닿지 못하면 생명은 없다. 물길이 막히면 재해가 발생한다. 20세기 중반부터 우즈베키스탄에서 대규모로 재배됐던 목화는 세계에서 네 번째 큰 내륙바다 아랄해를 말려 버렸다. 목화 1㎏ 생산에 20t가량의 막대한 물이 필요하기에 바다로 흘러가는 강물을 막아 과도하게 사용한 결과다. 인간의 욕심이 물을 고갈시킨 대표적 사례중 하나이기도 하다.

‘20세기가 석유의 전쟁’이었다면 ‘21세기는 물의 전쟁’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1969년 발생한 3차 중동전은 요르단강 상류 댐 건설 문제로 이스라엘과 주변국 간에 일어났으며, 지구촌 물 위기를 알린 계기가 됐다. 유네스코는 2022년 보고서에서 세계 물 사용량이 매년 약 1%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식수원 오염도 당면한 과제다. 국제연합환경계획은 ‘2025년쯤 3분의 2가량의 국가에서 물 부족을 겪을 것’임을 경고했다.

인류는 과도하게 물을 사용해 왔다. ‘물 쓰듯 하다’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말이다. 물이 부족하면 지구는 말라 버린다. 물이 오염되면 지구가 병들어 간다. 물 없는 세계는 죽음의 세상이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는 물 부족 현상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영원한 것은 세상에 아무 것도 없다. 물 문제는 이제 지구 운명을 좌우할 메가 이슈가 됐다. 지구는 ‘물의 미래’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도 아껴 쓰고, 제대로 쓰고,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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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2023-02-01 11:03:03
물흐르듯 순리에 맞게 사는게 인생의 진리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강사라 2023-02-01 08:46:55
물이 영원하지 않음, 물의 고마움을 다시금 생각해 보고 필요한 곳에 잘 사용 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물 흐르듯 살라는 말의 의미도 되새겨보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