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관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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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법정의 무소유는 소유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다. 필요한 만큼만 소유함을 의미한다. 턱없이 가지려 욕심내지 말라는 것, 삶의 지침으로 탐심(貪心)하지 말라 함이다. 욕심은 맑은 정신을 흐리게 해 도업(道業)을 엇나가게 하는 근본이라는 진정한 목소리다. 울림이 크다.

하우스에서 쌈 채소를 재배하는 어느 귀농인은 채소의 맛을 시험하느라 갖가지 채소 잎들을 손으로 뜯어 우걱우걱 씹더니 맛있다면서 이런 행복이 없다 했다. 설설 침이 끓었다. 어느 부부는 너울 치는 바다 위에 배를 띄워 놓고 갓 잡아 올린 생선회를 초간장에 찍어 먹으며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바닷물이 배 위로 흩날리고 멀미로 주체하지 못할 것 같은데도 그들의 얼굴에 그늘이라곤 없다. 그런 삶 속에 시나브로 행복이 익어가는 것 같았다.

자식들이 외지에 나가 있어 혼자 고적하게 살면서도 철철이 텃밭에서 손수 가꾼 채소를 곳곳이 묶어 보내는 어느 할머니는 굽은 등에도 걸음이 마냥 가벼웠다. 아이들에게 무얼 부쳐 보내니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단다. 걔들에게서 간간이 걸려오는 전화에 하도 기뻐 어린아이처럼 가슴 달떠 어쩔 바 몰라 하는 노년의 얼굴에 이슬이 맺히기도 한다. 땀 흘려 거둔 것을 주어서 행복하고, 잊지 않고 들려오는 목소리에 행복해 안절부절못한단다. 행복이란 먼 데 있지 않고 가까운 곳, 손만 뻗으면 닿는 그 지점, 그 자리에 있는 것인가.

세네카는 ‘자신과의 대화’라 부른 저서(12권) 중 「행복한 삶에 관하여」에서 행복을 논했다. 재산·명예·쾌락은 진정한 행복의 제1 조건이 아니고, ‘정신의 진정성’이라 말했다.

월딩어 하버드 의대 교수는 “행복은 부·명예·학벌이 아닌 ‘관계’에 있다.”고 했다. 하버드대 생·빈민 청년과 그 자손까지 85년간의 삶을 추적한 결과, “인간관계에 만족하면 신체도 건강하다.”는 답을 얻었다고 한다. 하버드대학생과 보스턴 빈민가 청년들 중 누가 더 행복하고 보다 행복한 삶을 살까? 이 질문을 던졌던 연구팀은 1938년 이래 오늘까지 이들의 삶을 집요하게 추적한 끝에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연구팀이 내놓은 메시지는 의외로 간단했다. 인생에 있어 오직 중요한 가치는 ‘사람들과의 따뜻하게 의지할 수 있는 관계’라는 점이다. 신체 건강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었다.

50대에 인간관계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사람들이 80대에 가장 건강한 사람들이었다고 강조한다. “외로움·고립은 술과 담배 못지않게 건강에 해롭다. 원치 않고 고립에 빠진 이들은 중년에 건강이 급격히 저하되고 뇌 기능도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는 얘기다.

한국이 교육열이 높고, 성취욕이 강하다는 점을 지적, “교육 수준이 행복을 이루는 요인이 아니었다. 자녀에게 의사가 되라는 식으로 무엇이 되라고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85년이나 축적된 연구데이터가, 하버드대를 나왔다고 더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일러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서울대를 선망하지만, 하버드는 행복과 관련이 없었다.

살 곳, 먹을 것, 의료서비스가 있다면 그 이상 돈 많다고 행복해지지 않는다. 가족과 친구에게 공들이는 게 최고의 투자라는 것이다.

주말이라 가족 나들이를 한 걸까. 차에서 내리는 가족 넷이 담뿍 웃음을 머금고 있다. 행복의 실체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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