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 없었던 제25회 제주들불축제 '폐막'
들불 없었던 제25회 제주들불축제 '폐막'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새별오름 일원에서 나흘간 일정 마무리
전도 풍물대회와 마상마예 공연은 볼거리...다채로운 부대행사 진행
봄철 산불방지 기간에 '오름 불 놓기', 탄소배출 문제 등 '축제 존폐 기로'
제주들불축제 기간인 지난 11일에 열린 제주 화합 전도 풍물대회 모습.
제주들불축제 기간인 지난 11일에 열린 제주 화합 전도 풍물대회 모습.

제주들불축제가 ‘들불’이 없는 축제로 막을 내렸다.

제주시는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애월읍 새별오름 일원에서 ‘희망을 품은 제주들불, 세계를 밝히다’를 주제로 제25회 제주들불축제를 개최했다.

나흘 동안 진행된 축제에서는 전도 화합 풍물대행진, 말 위에서 현란한 공연을 펼치는 마상마예 공연, 넉둥베기(윷놀이) 결승전, 미디어 아트쇼 등이 열렸다.

또 신규 프로그램으로 잣담(잣성) 쌓기대회, 생이총(새총) 체험, 전통연 날리기, 지게발 걷기 체험 등이 관람객을 맞았다.

각 읍·면·동에서는 대표 선수들이 출전, 줄다리기와 수 십 ㎏의 듬돌들기 경연을 펼치며 실력을 겨뤘다.

정부가 산불재난 국가위기 경보를 발령하면서 행사의 백미인 오름 불 놓기와 달집 태우기 행사는 취소됐지만, 지난 11일 하루에만 4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축제장을 찾아 다양한 문화 공연과 부대 행사를 즐겼다.

이번 축제는 12일 제주도민 노래자랑과 새봄맞이 묘목 나눠주기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축제장에는 서울 서대문구와 울릉군 등 12개 자매결연 도시 공무원과 자생단체 임원 등 90명이 참석했다.

강병삼 제주시장은 축제 방문객들에게 “축제의 불씨는 지필 수 없었지만, 어려운 시기에 희망의 불씨는 오히려 뜨겁게 살아난 만큼, 좋은 추억을 많이 남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제주들불축제 현장에서 마상마예 공연이 열렸다. 말 위에서 현란한 묘기를 선보이면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 11일 제주들불축제 현장에서 마상마예 공연이 열렸다. 말 위에서 현란한 묘기를 선보이면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산불 위험과 탄소 배출에 들불축제 존폐 기로

제주 대표 축제인 제주들불축제가 정부 차원의 산불방지 기간에 열리는 데다 탄소배출 문제로 존폐 기로에 놓였다.

제주에서는 예로부터 새봄을 맞이해 가축에 피해를 주는 진드기와 해충을 박멸하고 해묵을 풀을 없애기 위해 오름과 들판에 불을 놓았다. 옛 목축문화인 ‘방애’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현한 제주들불축제는 1997년부터 열렸다.

당초 축제는 음력 1월 15일 정월대보름에 맞춰 열렸으나 눈·비가 내리고 강풍이 불면서 파행을 겪자, 2013년 제16회 축제부터 경칩이 속한 주말에 개최됐다.

그런데 축제 시기가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면서 건조한 날씨 속에 산불 위험성이 높아졌다.

이달에만 전국에서 10건 이상의 산불이 발생하자, 정부는 지난 6일 산불 재난 국가위기 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정부는 또 지난 8일 산불 방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산불 경보 단계가 ‘경계’로 상향되면 산림보호법에 의거, 산림 또는 산림 인접 지역의 불 놓기는 법으로 금지된다.

지난해에는 강원과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로 재난 피해가 컸고, 정부가 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면서 제주들불축제는 전격 취소됐다.

이처럼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과 들불로 집과 재산을 잃은 이재민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들판에 불을 놓고 불의 향연을 즐겨야 하는 제주들불축제는 국민들의 정서에 어긋나는 축제로 전락할 우려가 높아졌다.

특히, 축구장 42개 면적에 달하는 새별오름(30만㎡) 전체를 태우면서 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 주범으로 꼽히는 탄소 배출 문제까지 더해져 향후 축제는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기후 위기 극복에 역행하는 들불축제에 대한 폐지론을 거론하면서 향후 축제 기간과 축제 방식 변경, 축제 축소 등 다양한 논의와 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강병삼 제주시장은 들불축제 존폐와 관련, “제주시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기보다 시민 의견을 수렴해 결정해야 할 부분이며, 축제가 끝난 뒤 축제평가위원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과 중재를 모아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6년 동안 강풍과 구제역, 코로나19, 산불 위험 등의 사유로 제주들불축제가 취소·연기된 사례는 모두 8차례에 이른다.

청소년들이 제주들불축제에서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는 청소년 페스타가 진행됐다.
청소년들이 제주들불축제에서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는 청소년 페스타가 진행됐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