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주 삼무공원에 빛을 밝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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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수, 천주교제주교구 신제주성당 주임신부/ 논설위원

간혹 저는 오후 4시경에 신제주성당 바로 앞에 있는 삼무공원을 산책합니다. 그때마다 소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정겹게 담소를 나누거나, 홀로 따사로운 햇볕을 쬐며 사색하며 걷는 이들을 봅니다. 여기다 공원광장을 거닐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관광객들도 드문드문 눈에 띕니다. 이곳은 삭막한 회색 빌딩 숲으로 변해가는 연동 지역의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 주종인 해송(海松)을 비롯한 능수벚나무와 아왜나무 등이 어우러져 운치와 자연의 향기로움을 더해주는 소중한 쉼터이자, 관광명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삼무공원은 1976년 신제주 지구의 본격적인 개발과 더불어 불과 2년 후에 도심 속에 만평이 채 되지 않는 작은 크기의 도시 근린공원으로 조성되어 지금에 이릅니다. 예로부터 이 고장 제주도를 도둑과 거지와 대문이 없는 삼무(三無)의 섬이라 일컫는 데에서 따와 ‘삼무공원’이라 부릅니다. 그런데 이곳이 단지 인공적으로 만든 야외공원이 아니라, 과거 약 400여년 전에 설촌(村)된 ‘연골’이라 불리던 연동 마을의 한 가운데 있던 작은 화산체인 베두리 오름에 조성된 자연공원임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 고장 제주도는 수천-수만년 전 여러 차례의 화산폭발로 태동된 섬입니다. 그 여파로 섬 곳곳에 아름다운 360여 개의 오름이 산재되어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베두리 오름입니다. 이는 오름 남쪽 기슭에 바위들이 별무리처럼 둥글게 모여있다 하여 ‘별’을 뜻하는 제주도 방언 ‘벨’에다, ‘둥글다’는 뜻의 ‘두리’가 합쳐져 ‘벨두리’로 불렀습니다. 후에 국어 표기법에 따라 벨에서 ‘ㄹ’이 없어지면서 베두리 오름이라고 일컫게 됩니다. 흡사 많은 별들이 한 덩어리를 이루는 찬란하고 신비스러움을 더하는 작지만 위대한 별들의 공원입니다.

무릇, 이것은 향후에 삼무공원이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할지를 보여줍니다. 사실 신제주는 가장 공항 가까이에 인접한 사통팔달 교통의 요충지입니다. 제주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제주의 관문입니다. 모든 길이 로마를 통하여 이루어지듯, 제주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은 신제주를 통해 시작됩니다. 이에 신제주는 제주를 대표하는 얼굴입니다. 그에 걸맞게 인적, 물적 인프라도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현재 연동과 노형동을 합쳐서 제주시 인구의 20%가 거주하고 있고, 도내 주요 공공기관과 온갖 편의 시설과 건물들이 몰려있는 행정복합도시이자, 매년 제주를 찾는 관광객의 30% 이상이 묵고 가는 최고의 관광특구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교통난과 대기오염과 함께 경기침체가 유례없이 장기화되고, 장밋빛 일색이던 관광산업마저 퇴조하면서 다른 지역보다 많은 자영업과 소상공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시름이 날로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여기다 관광객들의 수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신제주가 활력을 잃고 침체일로에 빠져있습니다. 이는 전반적으로 제주의 미래를 어둡게 합니다. 이 시점에서 신제주 도심 한복판에 있으면서 그 옛날 베두리 오름의 숨결을 품고 있는 삼무공원에 빛을 밝히도록 합시다. 곧 별들의 공원답게 멋들어지게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경관조명을 나무와 나무 사이에 설치하여 제주의 랜드마크가 되도록 합시다. 이로써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그 빛들을 보면서 마음에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얻고, 여행을 온 이들은 제주에 대한 좋은 추억거리를 쌓게 될 것입니다. 이때 신제주는 진정한 제주의 관문답게 활력과 생동감을 되찾아 가며 제주의 밝은 미래를 견인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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