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비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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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동화작가·시인

퇴직교원들의 단체인 삼락회 회원들과 수학여행 안전도우미 겸 가이드 일을 시작했다. 학생들에게 제주도를 소개하는 일, 안전한 여행을 도와주는 일이어서 기꺼이 동참했다. 제주공항에서 학생들을 맞이하고 수학여행 일정을 같이 하고 출항까지 동행하는 일이다. 제주도를 찾은 학생들에게 제주도의 자연뿐만 아니라 역사, 문화, 예술, 생활 등을 가르쳐 주는 일은 매우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여행을 갔을 때 가이드가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예술 등을 풀어놓으며 안내를 하면 해박한 지식에도 감탄하지만 그 나라를 이해하게 되고 여행의 보람을 느낀 경험이 많다.

신문에서 ‘제주행 70만 원’ 해외여행보다 비싼 국내 수학여행 경비라는 글을 읽었다. 코로나 전에는 40만원이었는데, 교통과 숙박, 식비, 전세버스비가 급등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제주도뿐만 아니라 국내여행 경비가 인상되어 학부모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기사였다. 그래서 경비를 더 내더라도 일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시도교육청에서는 어려운 학생들에게 수학여행비 전액을 지원하고, 모든 학생들에게 일정 금액을 도와주고 있기도 하다. 비용 때문에 일정을 축소하는 학교도 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수학여행 경비가 오른 이유에는 수학여행의 형태와 질이 달라진 이유가 더 크다. 항공비나 전세버스비가 오른 이유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이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과거의 수학여행은 아주 저렴한 숙박과 식비, 입장료가 아예 없거나 작은 명승지 위주의 여행이었다. 버스비를 아끼려고 버스 한 대에 100여 명을 태운 적도 있다. 여관이나 모텔 한 방에 10여 명의 학생들이 함께 묵었고, 한 층에 공동화장실 하나를 사용할 만큼 열악했다. 우정을 쌓기에는 좋은 환경이었지만 편안한 숙박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4성급 이상의 호텔이나 리조트를 이용하며, 2,3명이 침대가 있는 방을 이용한다. 식사도 뷔페 식사를 이용하며, 무제한 리필 삼겹살을 먹기도 하니 식비 또한 만만치 않다.

제주는 섬 전체가 관광지이다. 그래서 한 달 살기, 두 달 살기, 일,이 년 살기가 유행하는 곳일 만큼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다. 그런데 학생들에게 명승지에는 관심이 없다. 일정 중의 반 이상이 입장료가 비싼 체험관광이다. 제주도 곳곳에 체험을 할 수 있는 관광지가 즐비하며, 학생들은 그런 곳을 선호한다. 과거에는 교사들이 여행지를 정했지만 지금은 학생들이 인터넷 자료 등을 찾아 결정하기 때문에 눈 호강보다는 몸으로 체험하는 걸 즐긴다. 그러니 제주도의 관광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바가지요금을 씌워서가 아니라 수학여행비가 오를 수밖에 없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수학여행이란 학생들에게 실제로 보고 느끼는 현장학습 및 단체생활의 학습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교사의 인솔 아래 학교에서 행하는 숙박여행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제주의 자연과 역사, 문화, 예술, 제주어 등 학생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것은 많다. 더 많은 학생들이 낮은 비용으로 제주를 찾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일도 방치해선 안 될 일이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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