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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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순, 문학박사/ 논설위원

오늘 아침 “75세 안락사법인 ‘플랜75’가 통과되었습니다”라는 뉴스가 온 매체를 달궜다. 이 법은 만 75세가 된 국민이 죽음을 신청하면 국가가 이를 시행해 주는 정책이다. 이 법이 최종 국회에서 가결되어 시행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뉴스가 오늘 아침, 내가 본 뉴스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 상상도 할 수 없고, 상상하고 싶지도 않겠지만 다행히 이는 ‘플랜75’라는 일본 영화 이야기다.

이처럼 75세 안락사법이 통과되었다는 아침 뉴스로 시작되는 영화 ‘플랜75’. 영화 속 이 정책은 한 젊은 남성이 “경제를 좀먹는 노인은 사라져야 한다”며 노인들을 총기로 살해하는 등 유사한 노인 혐오 범죄가 잇따르자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다. 국민이 죽음을 신청하면 국가가 이를 시행해 주는 정책. 처음엔 반대의 목소리도 높았지만, 일본 사회는 차츰 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바뀐다. 담당 공무원들은 공원을 돌며 정책을 홍보하고, TV 공익 광고에서는 “언제 죽을지 결정할 수 있어서 좋다”며 웃는 노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 제도를 선택한 이들에게 정부는 위로금 명목으로 10만 엔(약 100만 원)을 지급한다. 상담하고 있는 노인은 이 돈을 자유롭게 써도 되냐며 환한 얼굴로 묻고 있고, 여행해도 좋고 맛있는 거 사드시라며 상담직원은 아무 거리낌 없이 안락사를 권유한다. 마치 여행 상품을 권유하듯. 절차 또한 매우 간단하다.

영화 마지막에는 이런 뉴스 멘트가 나온다. “정부는 ‘플랜75’가 호조를 보임에 따라 ‘플랜65’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흐르는 자막. “당신은, 살겠습니까?” 관객을 향해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고 묻고 있다.

2022년 6월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플랜75(PLAN75)’. 이 영화 개봉 후 일본에서의 반응은 다양하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느끼는 인간적 공포와 섬뜩함을 느꼈다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코로나 등 장기적 경제침체로 현실 같다는 반응도 있다. 우리는 결코 공감할 수 없는 일이지만, 실제 이런 제도를 바란다는 반응도 있었다고 한다.

일본은 2007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만65세 이상 인구비율 20% 이상)에 돌입했고, 우리나라는 2025년을 예상하고 있다. 초고령사회가 된다고 모든 국가가 이같이 극단적 방법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해결책을 찾지는 않을 것이다. 설령 영화일지언정. 어쩌면 국가 정책에 큰 반발 없이 순응하는 일본이라서 가능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환경기후문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주는 위기감 등, 무엇보다 워낙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이다 보니 다른 나라의 영화에 불과하다고 치부해버리기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이다.

최근, 서울 지하철 적자의 원인이 노인의 무임승차라는 발언으로 한때 세대 간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작다면 작은 사회 현상들이 모여 ‘플랜75’ 같은 영화가 만들어졌을 터이다. 그러기에 언젠가, 아니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씁쓸한 생각이 드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마음을 잠시 뒤로 하고, 노후의 경제적 자립에 그 해법이 있음을 생각해본다, 1차 적으로는. 노후소득보장이 탄탄해서 경제적으로 완전한 독립이 가능하다면 초고령화로 인한 영화와 같은 비인권적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초고령화사회로 빚어지는 문제가 노인세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저출산 문제와 청장년 일자리 등, 다수의 문제와 서로 맞물려있기에 좀 더 멀리 내다보고, 종합적인 정책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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