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든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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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주 칼럼니스트

전국은 비상사태다// 봄바람에 꽃들이/ 참았던 웃음 보내느라/ 하루해가 짧다고/ 노을을 붙잡더니//…, …. 향기에 취한 사월/ 흔들리며 걸어간다/ 꽃바람 따라 어디든//

김경숙의 ‘사월의 꽃’이란 시의 일부다. 시인의 시구처럼 사월은 꽃의 달이다. 앞뒤 뜰이 이름 모를 꽃들로 화사하다. 이런 사월을 앞두고 내가 좋아하는 꽃들을 집 둘레에 미리 심어두었다. 정원수 몇 그루와 함께. 그것들과 노닥거리며 살고 싶은 생각에서다. 빠르고 쉽게 잊고 돌아서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라고나 할까. 일부러 에돌아가며 숨 고르기도 하고, 이해타산에서 비켜서서 자신을 찬찬히 돌아보며 삶을 음미하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2월 중순쯤이었다. 알뿌리 꽃들을 양지바른 화단에 심은 뒤 맨손으로 괭이를 들고 정원수를 옮겨 심을 때였다. 한 시간이 지났을까. 이마에서는 땀이 흐르고, 가슴은 콩콩거렸다. 숨도 가쁘고, 어깨도 결려오지만, 왠지 기분만은 날아갈 듯 상쾌했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열락(悅樂)이 내 안에 차올랐다. ‘아! 이게 행복이구나’ 이 쉬운 행복을 찾아서 사람들은 별짓을 다 하는데…. 사람들이 봉사나 재능 기부 활동에 땀 흘리면서 기뻐하는 모습이 가슴에 와 닿기도 했다.

어느 심리학자의 행복론에도 이런 내용이 있다. “행복해지는 비법은 따로 없다. 행복은 추구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다. 행복은 쫓아가 붙잡는 게 아니라 부딪치는 삶의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얻고 누리는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그저 열심히 살아가노라면 저절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삶과 별개로 떨어져서 존재하는 행복 따위는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함에도 사람들은 별개로 존재할 듯한 그 행복을 찾아 헤맨다. 학문적으로 연구하면서 그럴듯한 행복론을 엮어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행복이란 것은 찾아 헤맨다거나 이론으로 행복의 이치를 깨우친다고 해서 맘대로 부릴 수 있는 게 아니다. 행복은 언제나 내 안에 도사려 있으니. 그러다 기분 좋은 일을 할 때면 기지개를 켜며 행복 도파민으로 활성화되어 내 안에 피어오른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행복해지려면 마음부터 잘 다스리라 한다.

반면에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이마에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사는 삶을 행복이라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찻집에서 수다나 떨고, 쇼핑이나 먹방 같은 시각, 청각, 미각의 유희에 빠져 사는 삶을 행복이라 여긴다. 이러다 보니 땀 흘리며 일해야 하는 곳에서는 일할 사람이 부족해서 난리인데, 주변에서는 일자리가 없다고 울상이다. 맞닥뜨리는 일은 싫고, 남이 좋아할 듯한 것들만 탐하니 이런 삶의 모순이 생긴다.

인간은 진화할수록 가치 지향적인 삶을 중시한다. 미숙한 사람일수록 헛된 삶에서 행복을 찾으며 아까운 생을 허비한다. 타인의 삶과 생애는 관심 있게 바라보면서도 정작 자신의 진면모는 살피려 하지 않는다. 그러니 죽을 때까지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남 따라 사는 시늉이나 하다 간다. ‘철이 든다는 것은 자신을 아는 것’이란 선각자의 옛말이 생각나는 봄이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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