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건강관리의 시작, ‘이 닦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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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권 / 고운이치과의원 대표원장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한 이드라마에서 피해자인 여주인공은 치밀한 복수를 진행하며 가해자에게 다음과 같은 대사를 던진다. ‘오늘부터 모든 날이 흉흉할 거야. 자극적이고 끔찍할 거야. 막을 수도 없앨 수도 없을 거야. 나는, 너의 아주 오래된 소문이 될 거거든’

필자는 이 대사를 구강상태에 비유해 표현해보고자 한다. 치아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충치가 생기고, 이가 깨져나가고, 치밀하고 처절하게 잇몸 뼈까지 무너져 내리는 상황을 맞게 된다. 통증이 시작된 날부터 모든 날이 흉흉하게 될 것이며 음식물을 섭취하는 일은 즐거움이 아니라 자극적이고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구강관리에 빗댄 이유는 치과 질환의 경우 급성으로 발병하는 예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구강위생관리가 불량한 상태로 지속되어 점차적으로 생기는 질환이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진행의 정도에 따라 치료 방법은 달라질 수 있으나 환자의 구강위생관리 능력이 향상되지 않는 이상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치료의 예후는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면 구강위생관리가 양호한 상태를 유지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까?

구강위생관리의 첫걸음은 모두가 잘 알다시피 이 닦기 이다. 올바른 이 닦기에 대해 알아보기에 앞서 이 닦기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를 닦는 목적은 무엇일까? 우리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의 얘길 들어보면 ‘충치생기지 말라고’, ‘입 냄새 나지 말라고’라는 대답이 대다수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닦기의 핵심은 치면세균막(치태, 플라그)을 제거하는데 있다. 치면세균막은 치면에 형성되며 글루칸과 같은 당단백을 생성하여 끈끈한 성질을 갖는다. 그래서 치면에서 분리시키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를 제거하기 위한 바람직한 이 닦기 방법은 무엇일까?

이 닦기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대부분 회전법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회전법은 여러 잇솔질 중 하나로, 외국에서는 권장할만한 방법으로 추천하고 있지 않다. 최근 연구 결과에서도 특정 잇솔질 방법을 추천하는 경우는 드물다. 필자는 본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에게 “잘못된 방법은 없다. 하지만 부족한 부분은 채워나가고 잘못된 용품 사용이나 습관은 고쳐야한다.” 고 강조한다. 잇솔질은 환자 본인이 주도적으로 해나가는 행위로 의료진이 어떠한 방법이 좋다거나 바꾸려 한다고 해서 쉽게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잇솔질하는 부분 중 잘 안 되는 부위를 알고 그저 열심히 이를 닦기보다 세심히 ‘잘’ 닦을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예방치과 교수님께 가르침을 받아 칫솔질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실제로 이 글에서도 이 닦기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유는 칫솔질에서 ‘칫솔’에 너무 강박을 가지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닦는 목적에 집중해야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구강위생관리를 하는 이 닦기 도구에는 칫솔 뿐 만 아니라 치실, 치간 칫솔, 워터픽, 가글액 사용 등이 있다. 단순히 칫솔만을 사용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치면세균막을 제거하기 위해서 하는 모든 행위가 이 닦기에 해당한다. 이 닦기가 어려운 치아의 구석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구강보조용품의 사용을 확대할수록 더 정교한 이 닦기가 완성된다. 최근에는 구강보조용품 중 하나로 구강 프로바이오틱스 복용이 늘고 있다. 구강위생관리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기회가 된다면 다음 기고에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글의 초반에 드라마 ‘더 글로리’에 빗대어 구강관리가 미흡했을 때의 고통을 언급 했었는데, 우리 모두 ‘이 닦기’의 핵심을 파악하고 이를 ‘잘’ 닦아 건강한 이 닦기를 하여 구강 위생관리를 잘하게 된다면 그 유명한 ‘더 글로리’의 또 다른 대사를 다 같이 외칠 수 있을 것 같다.

‘치태야, 나 지금 되게 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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