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대와 전쟁이 남겨 놓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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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창, 신학박사·서초교회 목사

우리 세대가 어렸을 때는 라디오를 틀면 거의 언제나 이미자의 노래가 들려왔던 것으로 기억된다. 프랑스에도 그런 가수가 있었다. 에디트 피아프라는 여자 가수인데 그녀의 생애는 무척이나 기구했다.

에디트 피아프는 유랑 서커스단에서 태어났다. 어쩌다 태어나서인지 태어나고 얼마 안 되어 그 아기는 버려지고 말았다. 버려진 채로 병치레를 심하게 해서인지 그녀는 키가 142㎝였다. 먹고살기 어려워서 밤거리의 일을 할 때가 있었다. 열일곱 살에 첫 아이를 낳았는데 2년 후에 아기가 죽고 말았다. 그런데도 노래하는 재능이 워낙 뛰어나서인지 프랑스의 대표적인 가수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에디트 피아프가 주로 활동했던 것은 1935년 이후였다. 그녀가 노래하던 제2차세계대전 시기에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해 있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프랑스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가수였기 때문에, 독일은 어떻게든 그 가수를 잘 활용해서 프랑스를 효율적으로 통치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에서 “에디트 피아프가 어느 선을 넘어 독일 편에 섰던 게 아닌가?”하는 의심을 받게 되었고 그 증거도 충분했다. 그래서 전쟁이 끝난 후에 “에디트 피아프의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프랑스의 대중적인 문제이면서 국가적인 문제가 된 것이다.

서커스단에서 태어나 일찍 버려졌고, 매춘을 했다는 기록도 있고, 결혼도 여러 번 했다. 그런데도 타고난 노래 실력으로 유명해진 것이다. “그런 사람에 대하여 어떻게 세계대전으로 생겨난 시대적인 책임을 물을 것인가?” “그렇지만 프랑스의 국가적 사랑을 받았던 사람의 배신을 어찌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는가?”하는 갈등이 꽤 오랫동안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그러던 중에 알코올중독자요 약물중독자로서 그녀는 1963년에 47세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세상을 떠나고 60년이 지났는데 지금도 가끔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가 들려온다. 가수가 누구인지 무슨 노래인지 몰라도 이 노래는 프랑스의 샹송이라고 누구나 인정할 만한 노래들을 남겨놓은 게 분명하다. 세상에서 오직 그 가수만 그렇게 부를 거 같은 노래들이다. 그렇다고 해도 역사의 깊고 어두운 상처를 그냥 덮고 지나가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문제였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에디트 피아프만이 아니라, 지휘자 카라얀이나 많은 나라의 유명인사들이 비슷한 시대를 살면서 비슷한 혐의를 받았고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고 세월이 흐르면서 어떻게든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나타나게 된다. 예술가들 편에서 그리고 대중 영화계 쪽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그 시대와 전쟁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안되겠는가?”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세상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했던 것이다.

어두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하여 따지고 밝혀야 할 문제가 남아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는 “그 전쟁과 그 시대가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라는…” 열린 마음으로, 그들의 시대와 그리고 우리의 시대를 바라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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