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의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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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두흥, 수필가/ 논설위원

배우자는 평생의 동반자이고 친구는 인생의 동반자입니다. 우리는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듯 부부간에도 같이 있을 때는 잘 모르다가, 어느 누가 한쪽이 되면 소중하고 귀함을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가까우면서도 멀고, 멀면서도 살가운 사이가 부부입니다.

둘이면서 하나이고 반쪽이면 미완성인 것이 부부이며, 혼자면 외로워 병이 나는 게 부부지요. 그러므로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배려와 양보로, 화기애애하게 부부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함께 열심히 노력하게 됩니다. 비록 무심하고 무뚝뚝한 남편이거나 바가지와 잔소리꾼 아내라 할지라도 서로에게는 보이지 않는 그늘입니다. 마음의 버팀목인 아내와 남편이란 이름은 세상에서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의 근원입니다.

가족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없다면 많은 재물을 모으고 부귀와 영화를 누린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으며 즐거움이 있겠습니까. 가족이란 늘 가까이에서 마주 보며 함께 생활하는 사람으로 어쩌다 소중함을 잊고 지냅니다. 서로 바라보고 지켜주며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세상에 홀로일 때 외롭고 허탈할 뿐만 아니라 살아야 할 의미마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어느 순간 아내나 남편이 없는 삶을 상상하면 앞이 아찔할 것입니다.

며칠 전 초저녁 텔레비전으로 방영하는 실화였습니다. 어느 가정에 무뚝뚝하고 무척 고집이 센 남편이 있었지요. 반면 아내는 예쁘고 착해 애교가 많았고 상냥스러운 말과 행동으로 남편의 고집불통과 권위적인 불친절을 가려주곤 했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퇴근길에 가게에 들러 두부 좀 사다 달라고 부탁합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남편이 “남자가 궁상맞게 그런 봉지를 들고 다니냐.”라 하면서 벌컥 화를 내더니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날 저녁 아내가 가게에서 두부를 사고 오다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남편이 병원으로 허겁지겁 갔으나 아내는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되어있었습니다. 남편은 아내의 유품을 바라보다 검은 봉지에 담긴 으깨진 두부를 발견했습니다. 그러자 아내의 죽음이 자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너무나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팠고, 슬픔과 후회가 동시에 밀물처럼 몰려왔습니다. 의사가 사망을 확인하기 위해 덮여 있는 흰 천을 벗기자 아내의 예쁘고 하얀 얼굴이 드러났습니다. 남편이 아내의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립니다. 가슴에서 솟구쳐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남편은 그만 아내를 부르며 울부짖고 말았습니다. 슬픔이 가라앉자 남편은 난생처음으로 아내의 차디찬 손을 붙잡고 생전에 한 번도 해주지 않았던 말을 합니다. “여보! 정말 미안해요. 내 잘못으로 당신을 먼저 가게 해서. 우리 다시 만나면 당신이 무뚝뚝한 아내가 되고, 내가 상냥한 남편이 되어 그때는 내가 당신을 왕비처럼 잘 모시렵니다.” 그날 이후 남편은 어느 식당을 가든지 두부 음식은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서로가 마음이 안 맞거나 기분 상하게 하는 일이 가끔 있더라도, 남편과 아내가 함께 있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가정은 행복입니다.

인생의 행복은 부도 명예도 아닐 것입니다. 사는 동안 지나치거나 모자람 없이 사랑을 나누고 베푸는 일입니다. “난 당신을 만나 참 행복했소.”라고 말하며, 한쪽이 먼저 가고, 얼마 후 뒤따르는 부부가 있다면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아름다운 평생 동반자입니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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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아빠 2023-04-26 21:48:35
후회없이 잘 살겠습니다

두리맘 2023-04-26 21:02:55
세샴 배우자가 소중히 느껴집디니다
평생 아끼고 존중하며 살겠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