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족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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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자, 이중섭미술관 학예연구사/ 논설위원

우리나라의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어 가족(家族)의 오래된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가족은 집이라는 의미의 ‘家’와 그 집에 사는 혈연 집단을 나타내는 ‘族’의 합성어다.

각 글자의 어원을 살펴보면 옛날 중국에서는 일반 백성들이 사당을 세울 수 없었으므로 집에서 제사를 지냈기 때문에 가(家)라고 불렀다. 그리고 족(族)은 동일 무리를 말하며 고대에는 씨족이나 종족이 서로 혈연관계에 있었을 뿐 아니라 항상 같은 깃발 아래 힘을 모아 적들과 싸웠던 동류(同類) 집단을 말하는 것이다. 이 家와 族의 언어가 합쳐져 한 지붕 아래 사는 혈연을 말하는 가족이 됐다.

영어권에서 family(가족)라는 말이 영어로 유입된 시기는 14세기 말에서 15세기 초로, 전형(前形)은 라틴어의 세대(世帶)라는 말인 ‘familia’이며, 어원은 ‘하인’이라는 뜻의 훼밀루스(famulus)다. family가 15세기에 집(house)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면서 특정 일족으로서 같은 조상의 후손으로 이어졌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17세기 중반까지 family가 지녔던 뜻에는 ‘하인들’, 혹은 ‘한집안에 사는 인척과 하인들’을 포함해 족속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여전히 현대적 가족이라는 근친의 혈연관계에 한정된 소집단으로서의 가족의 의미는 보이지 않는다.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는 보통 같은 집에서 생활하는 소규모 혈연 집단이라는 의미로 쓰였고, 20세기에 대규모 혈연 집단이라는 의미를 구별하는 용어가 고안되었는데 바로 핵가족과 확대가족이다.

오늘날 가족은 자본주의 발전에 따라 급속하게 해체의 위기에 놓였다. 산업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가정으로 독거세대가 증가하고 양육의 어려움으로 인해 한 자녀 이상 두기도 어려운 시대가 됐다. 2000년대 이후 가정의 변화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2년 우리나라는 여성 한 명이 가임 기간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이 0.78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로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세계의 변화 속에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간과할 수 없는 미래의 인구절벽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가족을 최애(最愛)로 여긴 화가로는 이중섭이 있다. 가족에 대한 그의 지극한 사랑은 유머와 위트를 통해 그의 유화, 은지화, 편지화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중섭의 가족은 부인 이남덕, 아들 태현과 태성으로 모두 4인 구성이다. 한국전쟁이라는 어려운 시기였지만 이중섭 작품에 나타난 가족들은 자연과 더불어 행복한 일상을 보낸다. 마치 비밀의 정원에서 노니는 가족처럼 해맑은 순수의 세계를 동경하고 있다.

어떤 가족이라도 이중섭의 가족 그림 앞에 서면 숭고하고 사랑스런 감동을 느끼게 된다. 이중섭은 불안에 흔들리는 가족의 마음을 사랑스럽게 보듬어 줌으로써 가족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가족은 부모와 자녀들로 구성된 공동체이다. 가족은 위엄과 예절, 법도만으로 바로 설 수가 없듯이 이중섭의 가족 그림에서 저절로 배우는 것이 있다면 바로 상대방에게 위안을 주는 사랑의 리듬이며, 그것이 주는 유쾌한 즐거움일 것이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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