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인연(因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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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돈, 前 애월문학회장/ 시인

4월 중순 갑자기 J로부터 카톡이 왔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카톡을 열었다. 사진 한 장과 함께 반가운 마음에 연락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J와는 20여 년 전 그가 모 인터넷 신문사 기자로 재직할 때 필자가 시민기자로 활동한 적이 있어 알고 지낸 사이다. 그런 그가 직장관계로 육지에서 근무하게 되어 카톡이 오리라곤 전혀 생각도 못했다.

그는 기자로 재직시 필자와 두 딸을 취재한 적이 있다. 주5일 근무가 막 시작하던 시기라 여가활용을 어떻게 보내는가 하는 특집취재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호 해수욕장에서 두 딸과 시간을 보내는 일상을 취재했던 그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필자는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집에 자주 가는 편이다. 건강이 안 좋은 어머니를 보살피고 말벗도 하고, 가끔은 어머니 입맛에 맞는 음식도 먹을 겸 맛 집을 찾아가기도 한다. 어느 날 딸과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차로 2~3분 거리에 있는 맛 집으로 소문난 동네 모 식당으로 갔다. 그 식당 사장님은 정말로 친절하게 우리를 대해주었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음식 맛도 일품이었다.

손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니 그 보답으로 시집 한 권을 드렸더니 A4용지를 한 장 꺼내더니 사인해 달라고 한다. 유명한 식당에 가보면 유명 인사들의 멋진 내용으로 사인 벽에 붙여둔 것을 흔히 볼 수 있지만, 필자는 그리 유명한 사람도 아니어서 그냥 평범하게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짧은 내용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와 일상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내가 사인한 것을 사진까지 찍고 연락을 해온 것이다. 휴가차 제주에 내려왔고, 그 식당은 그의 동생이 하는 식당이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인연도 이런 인연은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식당을 찾지 않았다면, 맛집이 아니었다면, 또 사인을 안 해드렸다면, 그리고 연락을 안 했다면 그 인연의 끈은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흔히 ‘사돈에 팔촌 한 집 건너 다 아는 사람이라 바른 행동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좋지 않은 언행을 하면 그것이 훗날 악연으로 돌아와 손가락질 받기 때문이다.

불교에선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라는 말도 있다. 깃을 스치려면 최소한 포옹을 해야 한다. 그러니 옷깃을 스치는 인연이라면 상당한 것이 되고 그만큼 깊은 관계라는 말이 된다. 그러나 요즈음 길을 가다 어깨를 좀 부딪쳤다고 싸움이 종종 일어나니 옷깃만 스쳐도 눈 흘기는 세상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

인연이라는 건 정말 신기하다. 인연이라는 것이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 모르지만, 그 수많은 사람 중 그 사람과 만남이 맺어지는 것인 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고 생각된다. 좋은 인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기심을 버리고, 상대에 대한 지적 질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또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과연 나는 이 말과 같이 실천하고 있는지 곰곰이 곱씹으며 그와 맺은 소중한 인연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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