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에 전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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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2020년 6월 5일 본란에 <영웅이 ‘영웅’되다>를 썼었다. 3년 전 일이다. 시간은 흘렀지만 ‘영웅’은 그대로다. 나이는 들어가도 열아홉 청년 같다. 눈빛마저 해맑고 앳되다.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지지 않았으니 하릴없이 불변이다. 노래 이전에 이타적 성정이 남을 배려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아픈 자를 노래로 어루만지고 신음하는 이를 가슴에 품는다. 세상 다 변해도 임영웅의 항상심은 불변이다. 어제가 오늘로, 오늘이 내일로 여여할 뿐이다.

편의점에 아르바이트하던 시절, 흥얼거리는 노래를 들으며 졸지에 관객이 돼버렸다는 어느 손님. 무아지경에 빠져 야단칠 것도 잊고 박수를 쳤다지 않은가. 이건 진정한 실화이고 임영웅의 민낯이다. 장차 임영웅이 자서전을 쓴다면 제1과 제1장에 나올 이주 근사한 화소(話素)다.

가수 임영웅은 팔색조다. 빛을 못 보던 노래에까지 숨을 불어넣어 역주행시킬 정도다. 한 어머님, 말없이 한참 울다 입을 떼더란다. “몇 년을 병상에서 햇빛도 못 보았는데, 그때 영웅이의 ‘바램’을 듣게 됐어요. 지금 이렇게 일어나 예까지 찾아올 수 있었던 건 영웅이가 준 힘입니다.”

그에겐 그만의 타고난 소리가 있다. 무겁고 나지막한 중저음이 관객을 여지없이 사로잡는다. 가지 끝 나뭇잎에 어른거리던 달빛이 커튼 사이로 스며들듯 잠자던 음감을 깨워 기어이 심금을 울려놓고야 만다. 그렇게 밀려 들오는 그의 음악을 어떤 말로 수식의 옷을 입혀야 하나, 살포시, 살며시, 사오락사오락…. 이도 아니면 풀잎에 맺힌 이슬이 내리듯 스륵 스륵. 그래서 그의 노래는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힐링을 안긴다.

그가 불러 우리를 울리고 설레게 한 노래가 한두 곡인가. 2022 전국투어콘서트며 지난 2월, 로스앤젤레스를 열광시킨 ‘아임 히어로 인 로스엔젤레스’에 이르기까지. 그는 에메랄드빛 하늘을 구름으로 앉아 관객들과 환희 속에 해후한다. 또 놀라운 게 있다. 그는 트롯에만 갇히지 않는다. 장르의 경계를 허물어 음악의 변경을 넓혀간다. 음의 세계를 확산하는 폭발력을 지닌 가수다. 발라드, 락, 재즈, 힙합 등 다양한 음역의 조합에 성공했다. 명실상부한 ‘올 라운더’인 걸 부인할 사람은 아마 한 사람도 없으리라.

“처음 듣는 순간부터 오싹함이 들었다. 음정이 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임영웅의 음정은 어떤 가수보다 돋보였다. 대단히 깨끗하게 자신의 감정을 잘 살려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 시대 전천후 보컬리스트로서 더 많은 사랑을 받기를 기대해 본다.”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를 작곡한 김목경의 말이다.

인스타그램에 임영웅의 사진이 올라왔다. 손으로 햇빛을 가리고 있다. 케주얼한 차림의 그는 힙하면서도 털털한 매력을 햇살로 발산하고 있었다. 반바지에 흰색 긴 팔 셔츠를 걷어 올리고 의자에 앉아 있다. 독보적인 비율과 훈훈한 비주얼이 햇빛보다 눈부시다.

“하얀 머리 뽑아달라시며/ 한 개 백 원이라시던…” 5살에 아버지를 여읜 그가 ‘아버지’를 불러 울컥하게 한다.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 군더더기 없이 다가오는 임영웅의 노래. 기어이 그에게 함락되고 말았다. ‘영웅’에 전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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