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過猶不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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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두흥, 수필가/ 논설위원

4월 하순 늦은 아침이다. 금세 비가 내릴 듯하다. 며칠 전 어느 단체가 주최하는 한라산 생태 숲길을 가기로 약속한 날이다. 마음이 내키지 않아 망설였다. 아내는 넌지시 알아서 하라는 눈치다. 이웃집 아주머니와 셋이서 택시로 집결 장소에 9시께 도착했다. 등산하기에 안 좋은 날씨였으나 예상외로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주최 측에 참가비를 납부하고 단체 기념사진을 찍은 뒤 관광버스 2대에 탑승했다. 인솔자가 나눠주는 간식으로 과자와 삼다수를 받았다.

버스는 제주시 영평동 국제대학교 정문을 지나 남쪽으로 달린다. 한참 지나 10시 무렵 길가 오른쪽으로 세웠다. 일행이 내린 곳 숲길은 사람이 그다지 다닌 흔적이 없어 보였다. 바로 옆에 자그마한 녹색 팻말에 노란 글씨로 ‘생태 숲길’이라 적혀 있었다. 인솔자는 참여자가 70여 명으로 여성이 많단다. 생태숲으로 일정한 등산로가 없으므로 안내원이 천천히 걸으니 그 뒤를 따르란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연속으로 급경사와 계곡이 여러 곳 있어 조심해서 건너라는 얘기다. 대략 2시간쯤 걸어 관음사 동쪽 길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한다.

등산길에 들어섰다. 일행과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을는지 마음이 불안하다. 요즘 들어 등산이나 올레길을 걷지 않았을뿐더러 새벽 걷기도 제대로 못 했다. 산속이라 비가 자주 내려 움푹 팬 곳은 물이 고였다. 비탈진 곳을 밟으면 미끄러질 것 같아 위태롭다. 곳곳에 멧돼지가 쑤셔놓은 흙이 보인다. 아무래도 후미 일행과 걸으면 뒤처질 것만 같아 선발대에 끼었다. 그들은 천천히 걷는 듯 보였으나 부지런히 걸어도 따라가기 힘들다. 오른편은 골프장이다. 주변으로 노루나 멧돼지 출입을 방지하려고 철사로 그물망을 쳐 놓았다. 오르막은 겨우 따라갔으나 내리막에 들어서면 다리에 힘이 빠지고 떨리면서 허리가 앞으로만 구부러진다. 한 시간쯤 지났을 무렵 중간 일행이 앞서간다. 점점 내리막 걷기가 힘들다. 바르게 서서 걸어도 등허리가 앞으로만 수그러들고 꼿꼿이 펴기 어렵다. 어느새 마지막 팀, 아내가 따라왔다. 아내는 처음부터 느긋이 걸어야 하는데 어째서 선발대에 합류했느냐 핀잔이다.

젊은 청년이 스틱을 빌려주겠으니 짚고 걸으면 조금 도움 될 것이라 한다. 산행에서 처음 보는 이에게 베푸는 배려에 고마움을 느낀다. 아내와 맨 뒤에서 스틱을 짚고 느린 걸음으로 따라간다. 급경사 내리막길 계곡이 눈앞이다. 주변에 조릿대가 무성해 어떻게 지나야 할지 난감하다. 조릿대를 붙잡고 아내의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내렸다. 평생 동반자의 도움으로 험한 계곡을 무사히 넘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드디어 약속한 목적지에 도착했다.

처음부터 과욕 부리지 않고 천천히 걸었으면 고생을 덜했을지도 모른다. 지나고 나야 잘못을 알게 된다. 어떤 일이든 적당한 것이 최선인데, 중용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지나치고 넘치는 것은 모자란 것보다 못하고 지나침은 언젠가는 후회하게 된다. 많은 사람은 부족한 것보다는 풍족한 것을 바란다. 하지만 먹거나 운동도 너무 지나치면 건강을 해친다. 의학적으로 먹는 것은 조금 부족한 것이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단다.

오늘 등산길에서 체험한 과유불급, 나를 돌아보게 한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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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맘 2023-05-23 22:53:23
내용이 슬프면서도 먆은것을 느끼게됩니다
아름다운 노부부의 모습도 그려지고요.
항상 좋은글 고맙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소정아빠 2023-05-23 22:53:12
좋은글 감사합니다. 부족하지만 만족하는 삶을 살아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