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이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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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여생 수필가

현금 없는 불안보다 휴대전화 배터리 잔량에 더 집착하는 세상이다. 휴대전화에 등록된 카드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언젠가부터 현금에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실물 카드는 발급받기 위한 절차일 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지역사랑상품권이 있어 사용도 하고 구경도 할 겸 오일장을 찾았다.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발행하고 있는 지역 화폐는 현금처럼 통용된다. 오일장에서 물건을 구매해 지역 화폐로 지급하고, 부족한 금액을 결제하려 카드를 건네니 카드는 안 된다며 현금을 요구한다. 현금이 없다고 했더니 계좌이체 시켜달라며 계좌 적은 종이를 내민다. 자주 사용하는 듯 깔끔하게 코팅되었다. 이체시키고 현금영수증을 요구하니 이 또한 거절하며 어느새 다른 손님을 맞고 있다.

돌아오는 길, 마음이 썩 좋지 않다. 손에는 물건이 한 꾸러미지만, 왠지 도둑맞은 기분이다. 물건을 구매했는데 카드도, 현금영수증도 거절당했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건지. 이러니 재래시장이 젊은 층으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은 아닐까.

정찰제 도입도 그렇다. 친구가 그랬다. “나는 상가 매장이나 시장에 가면 바가지 쓸 얼굴이라 백화점 옷만 입는다.” 백화점 옷하고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한바탕 웃었던 적이 있다. 사서 미심쩍어질 바에는 차라리 정찰가격으로 좋은 옷을 입겠다는 게다. 삼십 년 전 부르는 게 값일 때의 이야기지만, 지금도 정찰제에 대해서는 믿음이 가지 않는다. 얼마 전 십이만 원짜리 옷을 현금 결제 조건으로 칠만 오천 원에 샀으니 말이다. 자영업자가 부가세 신고 시 매출 누락으로 이어질 것을 알면서도 통 큰 할인에 은근슬쩍 현금을 내밀게 된다.

그래도 지자체에서는 소상공인을 살리고 재래시장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대형할인점 영업시간 제한을 두어 자영업자 매출 확대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얼마만큼의 성과를 얻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요즘 젊은 층은 대형할인점 영업 규제와 상관없이 재래시장을 이용할 생각이 없다고 털어놓는다. 어쨌든 모두를 수용하고 공략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재래시장의 매출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싶다.

현금 없는 사회가 눈앞이다. 지금 이삼십 대는 거의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기기 사용에 익숙한 세대이다 보니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모바일 결제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이용할 수 있어 사용에 능숙한 세대들에게는 편리한 거다.

소상공인은 무슨 특권인지 모르겠다. 영세사업자를 돕자는 취지의 지역사랑상품권으로 특혜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드 거절과 현금영수증 미발행은 여전하니 말이다. 이는 매출을 축소하여 세금을 피하겠다는 태도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는.

재래시장 카드 결제 거부가 소비자의 불만으로 이어지는 만큼 상인회의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겠다. 물론 고객의 편의를 위한 여러 가지 활성화 방안이 제시되고 있겠지만, 카드 사용과 현금영수증 발행 그리고 가격정찰제는 정착되어야 한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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