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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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돈, 前 애월문학회장·시인

요 며칠 오락가락 비가 오더니 오늘은 한여름처럼 더운 날씨다. 바람을 쐬고자 천왕사로 향했다. 천왕사로 가는 길가 밭에는 메밀꽃이 피어 시선을 멈추게 한다.

메밀꽃을 보니 문득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란 소설이 생각난다. “달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 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란 대목에서 가을 달빛 아래 하얗게 펼쳐진 메밀꽃의 정취가 물씬 묻어남을 알 수가 있다.

중학교 때 「메밀꽃 필 무렵」을 비롯해 단편소설을 밤새 읽었던 기억이 난다. 메밀꽃을 보니 답답했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메밀꽃은 말 그대로 ‘메밀의 꽃’이다. 그런데 이 메밀꽃이 바닷가에 사는 어부들 사이에서는 파도가 일었을 때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또한 물보라를 뿌리며 하얀 거품이 일어나는 것을 ‘메밀꽃 일다’라고 한다. 바다에서는 파도의 거품이 메밀꽃인 것이다. 한편 하얗게 거품을 일으키는 물결을 ‘물꽃’이라 부르기도 한다.

들녘의 메밀꽃을 보니 반짝이는 것이 소금을 쫙~하고 뿌린 것 같은 착각이 인다. 지금 제주 곳곳에는 꽃 안개가 내려앉은 듯 메밀꽃들이 머리를 흔들며 하얀 꿈을 꾸고 있다. 제주돌문화공원에도 메밀꽃이 활짝 펴 관광객의 시선을 빼앗긴 지 오래다. 초가와 항아리가 어우러진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태양이 심술을 부린다 해도 한낮의 꿈과 정취는 멈출 줄 모른다. 나도 그 틈바구니에서 하얀 마음으로 가만히 드러눕고 싶은 충동이 인다.

한때는 제주에서 메밀꽃 축제도 열리기도 했을 정도로 메밀을 많이 재배했었는데 지금은 옛날보다는 많이 줄어든 느낌이다. 메밀의 주요 생산지는 강원도지만, 여전히 제주도가 국내 최대 메밀 생산지로 알려져 있다. 강원도 지역의 메밀 생산이 줄어들다 보니 강원도의 메밀가공 업체들이 제주산 메밀로 가공을 한다고도 한다.

메밀은 서늘하고 습한 기후와 메마른 토양에서도 잘 자란다고 한다. 병충해 피해도 적은 편이고 생장기간도 짧은 편이어서 산간 지방에서 많이 재배한다. 메밀로 묵이나 국수를 만들어 먹으면 그 맛 또한 일품이었다. 새삼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메밀국수가 먹고 싶다.

메밀은 독성이 적고 위와 내장을 튼튼하게 함은 물론, 간 기능을 개선하고, 고혈압, 다이어트 등에 좋다고 한다. 또 메밀은 비타민과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피부미용에도 도움을 주고, 비만을 예방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드물게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메밀은 찬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소화기관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적당히 먹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올여름엔 메밀을 먹으면서 건강한 여름을 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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