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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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준, 제주한라대학교 교수 인공지능공학과/ 논설위원

과학에서 ‘속도(velocity)’는 ‘변위(meter)/시간(second)’으로 정의되는 물리량으로 단위 시간당 이동하는 변위량(방향성이 있는 거리)이다. 따라서 어떤 물체의 속도가 증가하면 빠르게 이동하고, 감소하면 느리게 이동하는데 속도는 물체의 위치 변화를 시간에 대한 변화로 나타내며, 이를 통해 운동이 얼마나 빠르게 일어나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속도의 기준이 되는 ‘시간’에도 속도라는 개념도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시간의 속도’라는 개념은 없다. 다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서 다루는 것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관측자와 상대적으로 정지한 관측자 간에 시간의 흐름(시간의 경과 속도)이 다르다는 개념 정도로 시간의 속도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이 말하는 상대성 이론과는 다른 개념이지만, 우리는 시간의 속도에 대해 또 다른 상대성을 느끼곤 한다. 아이들은 시간이 빨리 흘러 어서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반면, 어른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좀 천천히 흐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우리의 바람과 다르게 시간이 흘러가는 절대적 속도는 모두에게 똑같다. 다만 아이들이 느끼는 시간의 속도는 느리고, 어른들이 느끼는 시간의 속도는 빠르게 느껴질 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대적 시간의 속도 차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원인은 개인마다 다양하고 복합적이겠지만, 보통 ‘인지적 차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인지적 차이라는 것은 우리 머리 속 ‘기억’ 또는 ‘경험’이라는 책의 두께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쉽게 설명하자면 아이들은 성장과 배움의 과정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많은 활동들을 새로운 것으로 인지, 기억하는 반면 어른들의 경우 직장 생활 등 이미 경험한 반복적인 일상의 일들에서 새로움을 거의 인지하거나 기억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50만년 전 인류의 문명이 시작된 이래, 1700여년 전 동양의 중국 춘추전국 시대, 그리고 대략 1000년 정도 전 서양 중세 시대에 이은 18세기 산업 혁명 등을 거치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문명과 과학 기술은 눈부시게 발달, 발전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의료 기술 및 보건 시설 역시 지속적으로 발전되어 질병의 예방 및 치료 수준이 매우 높아지게 되었다. 이제 인류의 기대 수명은 국가 및 지역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70~80세 정도로 추정되며, 이로 인해 예전에 비해 절대적인 시간이 크게 늘었다. 게다가 기계, 전자, IT 등 과학 기술의 비약적인 발달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육체 노동, 공간의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을 드라마틱하게 단축시켜 인류에게 절대적인 시간을 추가로 늘려 주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가 느끼는 시간의 상대적 속도는 나이가 들어갈 수록 점점 더 빨라지게 되어 절대적인 시간이 크게 늘어난 이 시대에도 상대적으로는 시간이 크게 늘어나지 않은 것처럼 살아가고 있다. 만일 우리가 이 늘어난 절대적인 시간들에 대한 상대적 시간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면 그것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일종의 불로 장생의 신약이 아닐까? 인생에 있어 너무나 소중한 시간들, 나이에 관계없이 항상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분야, 새로운 일에 도전하며, 즐기며 젊은 마음을 가지고 산다면 상대적인 시간 역시 늘어날 것이다. 모두의 상대적 시간의 속도가 늦어지길 기대한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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